올 시즌 K리그 얘기다. 달리고, 부딪히고, 온몸으로 상대와 볼 다툼을 벌여야 하는 격렬한 종목 축구에서 30대 중반의 나이는 '일반인의 환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박지성(36) JS파운데이션 이사장과 차두리(36) 현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 이천수(35) JTBC 축구해설위원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선수들은 모두 32~35세의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25라운드가 끝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은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30대를 훌쩍 넘어선 선수들이 팀의 에이스를 맡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두 전북 현대의 스트라이커 '라이언킹'이동국(38)이 대표적이다. K리그 역대 최다골(196골) 기록 보유자인 그는 이번 시즌도 어김없이 날카로운 킬러 본능을 선보이고 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민첩성은 떨어졌지만 수비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움직이는 노련한 플레이와 강력한 슈팅이 경쟁력이다. 그는 17경기에서 출전해 4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더 놀라운 수치다. 조커는 출전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동국이 언제나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 왔다는 뜻이다.
2위 수원 삼성의 '캡틴' 염기훈(34)도 발끝이 뜨거운 베테랑이다. 20대 시절보다 속도와 체력은 줄었지만 주특기인 프리킥과 패스 능력은 전성기 시절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런 염기훈은 도움 7개로 이 부문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윤일록(25·FC 서울)과 불과 도움 3개 차다. 염기훈은 희생정신도 투철한 선수다. 원래 측면 미드필더인 그는 올 시즌 수원이 스리백(3-back) 전술을 가동하면서 낯선 최전방에 배치됐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대관령 테베즈' 이근호(32)는 승격팀 강원 FC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측면 공격수인 그는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팀의 간판 골잡이 정조국(33)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이근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전반기 최다 출전 선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전반기 23경기를 모두 뛰었는데 2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 소화했다. 그는 현재 25경기 5골 4도움으로 펄펄 날고 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는 성남 FC 공격수 박성호(35)가 돋보인다. 그는 간판 스트라이커 황의조(25·감바 오사카)가 떠난 공격진을 홀로 이끌며 시즌 초반 하위권에서 맴돌던 성남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시즌 챌린지는 5위까지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5골을 기록 중인 박성호는 지금까지 6골을 터뜨리며 성남 구단 전체 득점(21골)의 약 30%를 홀로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