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동호가 9일 대구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삼성 김동호(32)는 선발투수로 4이닝도 못 채웠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임시선발 임무를 받았고, 그가 먼 길을 돌아온 점을 감안하면 감격적인 등판이었다.
김동호는 9일 대구에서 열린 LG전에 생애 첫 선발 등판해 3⅔이닝 7피안타 3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3-4로 뒤진 4회초 2사 1·2루에서 강판됐으나 팀이 4회말 동점을 만들어 패전은 면했다.
김동호는 1회 첫 두 타자 박용택과 이천웅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로니에게 1타점 선제 2루타를 얻어맞았고, LG 4번타자 양석환의 내야 땅볼 때 이천웅이 홈을 밟으면서 2점째를 내줬다.
2회에는 2사 후에 연속 4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3회 무사 1루에서 채은성에게 병살타를 유도한 김동호는 2사 1루에서 정상호의 2루타 때 상대 주루사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4회초 몸에 맞는 공과 볼넷으로 2사 1·2루에 몰리자 삼성 벤치는 마운드를 권오준으로 교체했다.
그렇게 김동호의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은 끝났다.
사실 김동호를 임시선발로 내세운 김한수 감독도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의 최소 승리요건인 5이닝을 채우는 것 보다 3~4이닝을 강하게 던지면서 박빙의 경기를 만들어주길 바랐다. 김동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삼성은 야수진의 활약으로 1점차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게다가 김동호는 1군에서 줄곧 추격조로 활약하다 최근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서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았다.
김동호에게는 감격적인 등판이다. 그의 야구 인생을 짧게 정리하면 대구고 졸업→드래프트 미지명→영남대(포수에서 투수로 전환) 졸업→드래프트 미지명→롯데 불펜포수→한화 신고선수(투수)→방출→현역 군 복무(아이티 파병)→고양 원더스 등을 거쳤다. 아이티 파병 당시에는 연병장 한구석에 흙을 쌓아 마운드를 짓고, 포수 대신 망에 공을 던졌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아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래도 결코 공을 내려놓지 않으며 꿈을 가졌고, 삼성은 2014년 5월 김동호를 영입했다.
지난해 33경기에 나선 그는 올 시즌 추격조로 활약하며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록 승리투수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격적인 선발 등판을 가졌다. 그는 이날 프로 데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87개(스트라이크 50개)의 공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