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KBO 리그는 현재까지 'KIA 타이거즈의 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IA는 지난 8일 수원 kt전에서 20-8이라는 엄청난 점수로 승리하면서 전반기 1위를 확정 지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4경기씩 남겨 둔 시점에 일찌감치 전반기 왕좌에 올랐다. 2011년 이후 6년 만의 성과다.
타선의 위력이 가공할 만하다. KIA는 8일까지(이하 같은 날 기준) 7월 들어 치른 6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7.38에 달했다. 그러나 동시에 팀 타율도 무려 4할에 육박(0.393)했다. 6일 인천 SK전(5-3 승)을 제외한 5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6월 21일 광주 두산전(20-8 승)과 29일 광주 삼성전(22-1 승) 그리고 8일 경기까지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게임이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나왔을 정도다. 그렇다고 투수들이 모두 부진한 것은 아니다. 마무리 투수를 비롯한 불펜진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을 뿐, 선발진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호흡이 완벽하다. 기존 핵심 전력들과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복귀병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다크호스들 그리고 지난해까지 다른 팀에서 뛰다 올해 새로 합류한 새 얼굴들이 한데 모여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뿜어내고 있다.
선발진의 쌍두마차인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은 나란히 다승 1위와 2위에 올라 있다. 헥터가 13승무패, 양현종이 12승3패다. 헥터는 지난해 KIA에 왔다. 31경기에서 206⅔이닝을 던져 15승(5패)을 따냈다. 한국 무대 2년째를 맞은 올해는 더 강하다. 벌써 16경기에서 110⅔이닝을 소화했고 아직 패전이 없다. 양현종 역시 시즌 중반 찾아왔던 난조를 극복하고 위력을 되찾았다. 타선에서도 기존 전력인 이범호와 나지완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 주고 있다. 터줏대감다운 안정감을 뽐낸다.
군 복무를 마친 천군만마들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리그 최강의 키스톤콤비로 자리 잡고 있는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이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도 주전으로 뛰었지만, 2년간 기량이 더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특히 김선빈은 3할7푼이 넘는 타율로 타격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KIA가 이들을 기다렸던 이유를 몸으로 보여 주고 있다.
안치홍과 김선빈이 '기대했던' 복귀 전력이라면, 임기영은 그야말로 '올해의 발견'이다. 임기영은 지난 2년간 KIA 소속이었지만, 사실 KIA 유니폼을 입고 뛴 적은 없었다. 2014년 말 프리에이전트(FA) 송은범을 한화로 보내면서 상무 입대를 앞둔 임기영을 보상선수로 데려왔기 때문이다. KIA는 2년 공백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임기영이 가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100% 옳은 판단이었다. '5선발 후보'로 출발한 임기영은 개막 후 완봉승 두 번을 포함해 11경기에서 7승을 올리면서 팀 선발진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평균자책점도 1.82나 된다. 폐렴으로 중도 이탈해 걱정을 샀지만, 7일 다시 1군 엔트리에 복귀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외부 영입도 완벽했다. KIA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거포 왼손 외야수 최형우를 영입했다. 4년 10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최초로 '100억원'이라는 유리천장을 깼다. 그 100억원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잘 쓴 돈'으로 판명됐다. 최형우가 가세하자 KIA 타선은 짜임새 자체가 달라졌다. 트레이드라는 모험에서도 하늘은 KIA 편이었다. SK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와 김민식은 각각 테이블 세터와 주전 포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세 자리를 이적 선수 세 명이 빈틈없이 메웠다.
심지어 더 강해질 일만 남았다. 전직 에이스 윤석민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 윤석민이 실전에 등판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더 확실한 복귀를 위해 돌다리를 두들겨 보는 시기다. 후반기부터 퓨처스리그 실전 등판을 시작하면 8월 초에는 돌아올 수 있다. '윤석민'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상대팀을 긴장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KIA의 발걸음도 더 신명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