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황치열은 9년이라는 세월을 무명으로 살아왔다. 2007년 데뷔 앨범인 '오감'을 발표했지만 많은 이들이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가요계 그림자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간절함과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지난해 중국판 '나는 가수다 4(이하 '나가수')'에 출연해 한류스타로서 활약했다. 그 상승세를 이어받아 올해 초 KBS 2TV '불후의 명곡(이하 '불후')' MC까지 꿰차면서 연예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황치열에겐 항상 갈증이 있었다. 다름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 '경연 가수'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대중들은 황치열 이름을 알고 있지만, 정작 그의 노래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 13일 오후 6시 새 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 발매를 앞둔 황치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가수라면 누구나 인생 곡을 꿈꾼다. 이번 '매일 듣는 이 노래'는 내 인생 곡이라는 걸 자신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음원차트 1위에 대한 욕심도 있을 터. 하지만 그는 "감히 지드곤과 경쟁을 한다니. 그와 나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라며 강산 손사래를 쳤다. 이하 일문일답.
- 10년 만에 첫 미니앨범을 발표한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2년을 넘게 경연을 해왔다. 재작년에 '불후'와 중국 '나가수'를 각각 14회를 치렀다. 총 5개월이 걸렸다. 그래서 앨범 준비를 할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지난해 김수현·이민호·박해진·지창욱과 같이 한류스타 팬미팅을 가졌다. 그때 '내 노래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해서 새 앨범을 추진한 것도 있다."
- 이렇게 오랜 기간 앨범을 못 낼 거라고 생각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앨범이 계속 늦춰졌다. 그 과정에서 소속사와의 갈등도 있었고, 인맥도 없었다. 대신 음악 공부는 꾸준히 했다. 경연으로 성원을 해주셔서 그때부터 활동하게 됐다."
- 오랫동안 준비했다. 어떤 음악을 담고 싶었나.
"지금까지 오면서 내 일상이 곧 음악이었다. 그래서 가사를 일상적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거로 내용으로 풀었다. 앨범 전체 곡을 녹음하고 타이틀을 정했다. 수록곡들이 다 좋아서 못 고를 것 같아 스태프들에게 정하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있지만 많은 분이 좋아하는 곡을 타이틀로 정했다. 그중 7번 트랙인 '사랑 그 한마디'는 자작곡이다."
- 새 앨범에 꼭 내고 싶었던 점이 있다면.
"1번 트랙은 꼭 '인스트'로 넣고 싶었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앨범의 분위기가 주는 설렘이 있지 않나."
- '매일 듣는 노래'는 어떤 곡인가.
"노래는 추억을 꺼내게 되는 힘을 갖고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회상이 되는 것처럼 '매일 듣는 노래'에는 회상하는 가사가 담겨있다."
- 앨범 수록곡 스타일을 설명해달라.
"계속 발라드로 이어지다가 중간에 '각'이라는 곡은 R&B 장르다. 앨범의 터닝 포인트 같은 곡이다."
- 어떻게 타이틀곡을 선정했나.
"객관성을 중요시했다. 대중의 귀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거면 산에 가서 혼자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다."
- 이번 곡이 인생 곡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게다가 10년 만에 나온 곡이다. 작업 기간도 6개월이나 걸렸다.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 선주문 10만 장을 돌파했다.
"자세한 건 발표해봐야 알겠지만 놀랍다. 정말 어마어마한 기적이다. 더 열심히 하는 계기로 삼겠다."
- 가수지만 대표곡이 없다.
"안타깝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동안 앨범을 못 냈다. 2년 동안 경연에 몰두했다. '나가수' 때는 무대마다 콘셉트도 달라야 하고 중국말로 노래를 불러야 했다. 이 앨범을 발표하고 나니 무한한 감동이 몰려왔다. 나보다 팬들이 기다렸던 앨범이다."
- 이번 앨범으로 얻고 싶은 것은.
"경연으로 치면 많은 경험을 해서 숙달된 사람이다. 음반으로는 경연 첫 번째 무대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경연을 30회 넘게 했기 때문에 노련해졌다. 앨범은 첫걸음이나 다름없다. 이제 첫 물꼬를 텄기 때문에 강줄기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할 거다. 그래서 신중을 더해서 앨범 표지부터 사진 선택, 글씨체, 코팅, 곡순서까지 다 참여했다. 이제 시작이다."
- 힘들 때 매일 듣는 노래가 있었다면.
"'비상'이다. 박효신 선배님, 임재범 선배님, 김범수 선배님 등을 존경한다. 정말 교과서적인 분들이다. 그분들 노래로 속을 많이 달랬다."
- 9년 동안 힘들 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생활고 때문에 가수 하기 싫을 때 있었다. 그래도 길진 않았다. 내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다. 노래는 도를 닦는 거다. 끝이 없다. 노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 긍정적인 편이다.
"주변에 16~17년 된 친구들이 있다. 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한다. 돈이 없는 건 죄가 아니라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돈은 없어도 노력은 할 수 있지 않나. 불만만 가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희망이 있어서 견딘 게 아니라 견디다 보니 희망이 생겼다."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하우 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①] 황치열 "'매일 듣는 노래' 10년 기다린 인생곡" [인터뷰②] 황치열 "지드래곤과 1위 경쟁? 나와 다른 부류 사람" [인터뷰③] 황치열 "연애보다 집돌이…'종소리'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