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었다. 배우 이하늬(34)가 MBC 월화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을 통해 인생작이자 인생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국악을 전공한 그의 팔색조 매력이 예인 장녹수 캐릭터와 만나 빛을 발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이하늬표 장녹수는 그간 악녀로만 단순하게 표현됐던 캐릭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온스타일 '겟잇뷰티' MC로 활약 중이다. 연기와의 병행 힘들지 않나.
"이번에 '역적'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갈수록 힘들어진다. 근데 '겟잇뷰티'에 대한 애정도 있고 좋은 에너지를 받는 프로그램이라 큰 힘이 됐다."
-새로운 MC(산다라박, 이세영, 세정)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말 너무 귀엽다.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프로그램과 이뤄지는 하모니가 갈수록 재밌다. 갈수록 합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다라 같은 경우 낯을 많이 가리는데 친해지니까 애교가 엄청 많다. 서로 좋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나이가 1살 차이인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언제까지 MC를 맡을 수 있을까.
"나 역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겟잇뷰티'는 숙제가 굉장히 많다. 스케줄 있을 때든 없을 때든 다 해야 한다. 굉장히 트렌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하는 동안 후회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싶다."
-'차세대 김혜수'란 베스트 댓글이 달리더라.
"너무 황공하다. 김혜수 선배님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다. '차세대'라는 말을 붙여준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앞으로 잘해야 할 것 같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혜수 선배님은 이미 그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역할은 이하늬밖에 못 한다' 이런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연기적인 고민은.
"장기간 작품을 하다 보면 '내가 뭘 좋아했나?'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작품을 하면서 미로에 갇혔을 때도 있었다. 어떻게 나가야 하나 그럴 때도 있었는데 오히려 깊은 슬럼프에 갇혔었기 때문에 빨리 나오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인간 이하늬가 제대로 서야 배우 이하늬가 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쉼을 가지고 책이나 여행을 통해 감정을 쌓아야 또 다음 작품에서 쓸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소진만 되면 어느샌가 고갈이 되어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채)수빈이에게 조언해준 적이 있다."
-채수빈은 어떤 배우였나.
"정말 그 나잇대에 그런 연기를 하는 게 놀라운 친구였다. 행보가 기대된다. 이제 24살이다. 아주아주 연소한 친구인데 그 나이대에 그만큼 연기를 하는 게 놀라웠다. 진짜 잘 아껴서 소진되지 않고 배우로서 쭉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 마음에서 조언했던 것이다."
-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작품 하느라 그간 못했던 연주를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연주가 총 3번 계획되어 있었는데 2번은 이미 했고 가족과 함께 하는 공연 1개만 남았다. 막내라 일일이 컨펌도 해야 하고 정신이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또 배우는 게 많다. 올라가려고 하면 확 붙잡는다. 날 겸손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6월에 오랜만에 자유가 주어진다고 들었다.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런던으로 일하러 갔다가 눌러앉을 생각이다. 여행은 날 위한 선물이다."
-올해 남은 하반기 목표는.
"2017년 최대 화두는 영혼육의 밸런스다. 몸이 안 좋아서 덩달아 혼도 무너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영혼이 망가지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하더라. 그래서 그걸 잘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경영인 것 같다. 배우로서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배우 이하늬가 성숙해져 가는 게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다. 혼이 깊고 육체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다."
-끝으로 시청자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의 선구안이 이 정도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진정 드라마를 끌고 가는 건 시청자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정신 차려서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로 보답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