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으로 시작해 7분 기립박수로 끝났다. 더할나위없이 좋았던 12일간의 축제, 말 많고 탈 많았던 여정은 두고두고 회자 될 추억으로 남을 전망이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가 28일(현지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올해 한국 영화는 무려 다섯 편이나 주요 부문에 초청되면서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 어느 때보다 높은 주목을 받으며 영화제의 중심에 섰다.
또 '깐느박'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고,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가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의 활약상으로 꽉 채운 12일을 완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상식 뿐이다.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될지, 2010년 63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시' 이후 7년 만에 한국 영화계에 칸 트로피를 안길지 마지막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옥자 or 그 후' 韓최초 황금종려상 품에 안을까 '옥자'와 '그 후'의 수상 여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7년간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어떠한 트로피도 받지 못했기 때문.
'최초'의 연속이다. 올해 칸 영화제는 무려 다섯 편의 한국 영화를 주요 부문에 초청할 만큼 우호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경쟁부문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는 한국 국적으로 적힌 영화가 각각 두 편이나 자리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옥자'는 불문률을 깨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는 쾌거를 이룩했고, 두 편의 영화를 한 해에 모두 초청받은 홍상수 감독 등 시작부터 이례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옥자'와 '그 후'의 황금종려상이 그저 꿈 같은 일 만은 아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 반응도 나쁘지 않다. '옥자'는 영국 가디언지가 일찌감치 별 다섯개 만점을 준 가운데, 로튼토마토 지수는 76%~80%대 사이를 유지 중이며, 아이온시네마 평점은 초반 3.2점, 전 세계 11개 매체의 평점을 집계한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2.3점(이하 4점 만점), 평론가 15명이 참여하는 르 필름 프랑세즈로부터 2.0점을 받았다.
'그 후' 평점은 '옥자' 보다 우위에 있다. 프랑스 카오스 레인즈는 '그 후'의 평점에 5점 만점 중 4.66을 부여했다. 평론가·기자로 구성된 평점 표에서 6명 중 무려 5명이 5점 만점을 뜻하는 '황금종려잎'을 선사한 것. 같은 사이트에서 '옥자'는 3.12점을 받았다. 스페인 투다스 라스 크리티카스 평점 역시 8점대를 넘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옥자'는 6.25점이다.
그간 한국 영화는 '깐느박'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 최고다. 만약 '옥자' 혹은 '그 후' 중 한 편이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는다면 이는 한국 영화사 최초의 일이자 또 하나의 사건이다. ▶ "트로피 하나는 한국 것?" 7년 무관 끝낼까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 역시 따놓은 당상은 아니지만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한국 영화는 지난 2010년 63회 칸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이래 2012년 65회 '돈의 맛(임상수 감독)', 2016년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꼭 황금종려상이 아니더라도, 어떤 부문이건 트로피만 거머쥔다고 해도 70회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사에 잊지 못할 기록으로 남게 된다. 특히 '옥자'와 '그 후'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상황. 제2의 전도연, 혹은 한국 영화사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자를 배출해 낼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