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울산은 10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미 ACL 16강 탈락이 결정된 상황이었으나 양 팀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는 성공했다. 결과는 낙방이었지만 영원한 실패는 아니다.
서울은 우라와 레즈(일본)와 경기에서 윤승원(22)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K리그와 FA컵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황선홍(49) 서울 감독은 이날 주전급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하고 선발진을 꾸렸다. 이석현(27)과 주세종(27), 고요한(29)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백업 멤버였다. F조 1위를 노리는 우라와가 그동안 서울을 괴롭혀 왔던 이충성(32)과 마키노 토모아키(30) 등 정예멤버들을 선발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서울이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이자 '한일전'에서 대패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불거진 배경이었다. 기우였다. 젊은 서울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FC서울 미드필더 윤승원. 경기 시작부터 우라와를 압박하기 시작한 서울은 전반 38분 이석현이 찔러 준 패스를 받은 윤승원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 결승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서울은 후반 들어서도 우라와 수비진을 강하게 몰아붙여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서울 산하 유스팀 출신인 윤승원은 경기 내내 빈 공간을 찾아 적기에 공격 찬스를 만들어 내면서 서울 팬의 박수를 받았다. 미하일로 페트로비치(60) 우라와 감독 역시 "서울이 사실상 전반전을 지배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황 감독은 우라와전을 통해 가능성 있는 자원을 발굴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였다. 황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선수가 집중력을 갖고 있고, 앞으로 스쿼드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다시 준비해서 내년 시즌 한 번 더 ACL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시각 울산은 호주에서 치른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6차전에서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서울처럼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는 울산은 주축 멤버를 모두 울산에 남겨둔 채 비행기에 올랐다. 전반 9분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로 1점 차 리드를 잡았던 울산은 전반 18분과 37분 상대 공격수 제이미 맥클라렌(24)에 연달아 실점하며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후반 9분 남희철(22)의 동점골과 후반 30분 김용진(24)의 재역전 골로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울산은 최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연승을 달리며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에 이어 리그 3위에 랭크돼 있다. 시즌 초입부터 시작된 연패와 ACL 조기 탈락으로 한때 팀 근간이 휘청거렸지만, 김도훈(47) 울산 감독의 뚝심 아래 팀 재정비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우리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승리를 일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