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은 극 중 윤상현(구정희)를 유혹하고 고소영(심재복)의 가정을 파괴하려는 여인 이은희를 연기하고 있다. 이은희는 초반엔 천진난만하고 선한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없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여인이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무시무시한 계획이 드러나며 변화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 3일 방송에서는 다중인격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조여정은 윤상현 앞에 나타나려는 임세미(정나미)를 쫓았다. 발에 유리 조각이 박혔지만 망설임없이 달린 그는 지나가는 발걸음마다 핏자국을 남겼다. 그리곤 임세미를 죽여버릴 듯 하이힐을 벗어들고 뾰족한 굽으로 임세미를 내려치려했다. 포인트는 분노에 차 서늘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조여정의 연기.
소름끼치는 장면은 이 뿐 아니었다. 그는 쇼핑몰에서 고소영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한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학대당하던 기억을 떠올리고 패닉에 빠졌다. 조여정은 그야말로 정신 나간 여자의 표정을 하고선 엄마를 말리며 주변에 "네들이 더 나빠! 구경만 하지 말고 말려야지! 꺼져!"라고 외쳤다. 그리고 고소영에게 "꺼져! 너도. 꺼져! 이년아"라고 말했다. 이 장면 역시 포인트는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죽여버릴 듯 살기가 어려있는 조여정의 아우라였다.
이렇듯 이은희는 엄마에게 임세미를 죽여버리라고 지시하는 무시무시한 여자다. 피를 흘리면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데, 자신의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순간에는 이성을 잃고 '확' 돌아버린다. 극적이면서 복잡하다. 조여정이 연기하기에 분명 쉬운 인물은 아니다.
덕분에 조여정은 연기력을 재발견받고 있다. 이은희가 조여정, 조여정이 싸이코로 보일 정도. 감정을 폭발시킬 땐 확실하고 크게, 자신을 꽁꽁 감추고 평온한 미소를 지어야할 땐 너무나 아름답다. 이은희에게 '다중인격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조여정의 열연 덕분이다.
고소영에게 욕설까지 내뱉은 이상 극 중 조여정의 악행은 더욱 노골적이 될 전망. 조여정이 그려낼 소름끼치는 싸이코 연기는 '완벽한 아내' 최고의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