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요즘이다. KBS 2TV 수목극 '김과장'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지난해 데뷔 18년 만에 SBS '미녀 공심이'를 통해 남자 주인공으로 발돋움하더니 데뷔 19년차엔 원톱 주연이다.
그냥 활약이 아니다. 그가 이끄는 '김과장'은 2017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인 이영애의 SBS '사임당, 빛의 일기'도 눌렀다. 지난 8일 방송분은 15.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2위인 '사임당, 빛의 일기'(10.7%)와는 무려 약 5%의 차이가 난다.
남궁민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작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부터다. 그는 극 중 남규만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남규만은 이 드라마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인물. 지질이 성격장애 분노조절장애라는 수식어들로 설명되는 남규만으로 남궁민은 연기 인생의 새 장을 열었다. 지금껏 선해 보이기만 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분노에 찬 악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때 많은 이들은 우려했다. 남규만 캐릭터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남궁민이 곧 남규만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남궁민을 과소평가한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는 2016년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로 돌아왔다.
안단태는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이다. 전형적인 실장님 캐릭터가 아니라, 장난기 넘치고 엉뚱하면서도 내 여자에겐 최고인 그런 남자다. 분명 얼마 전까지 야구 방망이로 차를 때려 부수던 남규만은 그렇게 멋진 안단태로 180도 변신했다. 이 때부터 남궁민은 악역 뿐 아니라 멜로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김과장'으로 또 다른 옷, 김성룡으로 갈아입었다. 이번엔 제대로 코미디 연기다. 지질한 건 같은데 남규만 같지는 않고, 악인인 것 같은데 어느새 의인이 돼 있다. 차라리 한국형 히어로라는 설명에 더 들어맞는다. 웃기고 지질하고 의리 없어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선행을 하게 되는 매력적인 김성룡을 찰진 코믹 연기로 소화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남궁민의 얼굴. 남규만일 때는 한없이 악해 보이다가, 안단태 시절엔 또 멋지기 그지없다. 김과장으로 넘어오자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매 드라마마다 '남궁민의 인생작이 바뀌었다'는 평이 이어진다. 이쯤되니 배우 남궁민은 인생캐릭터 제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