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동생 김고운으로 먼저 알려졌다. 언니 못지 않게 예쁜 외모는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고, 얼짱 반열에 오르면서 언젠가는 데뷔할 예비 스타로 기대를 모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채서진은 언니의 후광을 얻기 보다는 독립영화부터, 또 단역과 조연부터 밟으며 묵묵히 차근차근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그리고 채서진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홍지영 감독)'을 통해 스크린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때낸 자리이기에 채서진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입시 시절 학교→학원→영화관 코스를 무한 반복 오갔고, 새벽녘 교복을 입은 채로 걸으면서 다이어트를 했던 독한 면모도 있다. 아직은 어렵고 신기하기만 한 연예계 생활에 연기지만, 누구의 동생이 아닌 '배우 채서진'으로 빛날 시간이 머지 않았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 언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 김옥빈이 친언니다.
"배우 활동을 하는게 있어 언니와의 분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채서진이라는 예명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근데 그래도 계속 이야기가 되니까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조금 오해하시지 않을까 싶다."
- 부담스러운가.
아무리 이름을 바꿔도 대중 분들이 보기에는 내가 계속 언니 동생이라는 것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물론 그럴수록 '내가 더 활동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해야지'라는 다짐을 한다. 다행히 작품을 봐주신 분들은 '언니랑 닮았는데 많이 다르네'라고 얘기해 주시더라.""
- 언니의 연기 활동이 직업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쳤을까.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방바닥에 언니 시나리오가 굴려 다녔고 심심하면 읽어봤다. 언니가 연기 연습을 할 때 봐주기도 했고 모니터도 해줬다. 그래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한예정까지 입학하고 나서는 진로를 확실히 정했다."
- 입시 준비는 따로 했나.
"입시 학원을 다녔다. 소그룹 레슨을 받았는데 우리 집에서 5~6정거장 떨어져 있는 거리였다. 수업을 받고 끝나면 새벽이었는데 집까지 계속 걸어다녔다. 자연스럽게 살도 빠지고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 그래도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을 시기 아닌가.
"연습실에서 연기를 하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끝나고 근처 영화관에 가서 혼자 영화를 봤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학교에 간 적도 있다. 그 땐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정말 기분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딱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추억이었던 것 같다."- 한예종 생활은 어땠나.
"우리 학교가 입학하면 외부활동이 2년 동안 금지다. 딱 학교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조성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지금도 많이 흔들리고 휘청이지만 더 어렵지 않았을까."
-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
"한 장면을 그렇게 심도있게 분석하고 파트너와 같이 맞춰보면서 '이런 시너지가 생기네? 이렇게 행동하면 이렇게 받아주네?'라는 것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그 때 뿐인 것 같다. 잘 맞아 떨어졌을 때의 짜릿함, 다른 사람 앞에서 보여주는데 대한 두근거림을 많이 느꼈다."
- 영화 촬영도 하지 않나.
"작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다 다른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 지점을 두고 달린다. '진짜 매력있는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얻게 되는 것들, 배우는 지점이 매일 달라지니까 '이보다 매력적인 직업이 있을까' 생각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하나만 꼽아달라.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청을 하면 뽑혀야 한다. 나에겐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다. 공용 냉장고가 있는데 대부분 집에서 엄마가 싸 주신 반찬을 넣어둔다. 새벽부터 다 같이 반찬 하나씩 들고 나와 밥해먹고 수업가고 저녁에 다시 야식을 시켜 먹는데 뭔가 자유를 만끽했던 것 같다.(웃음)"
-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로망이 있어 한예종을 지원한 이유도 있다. 늦게 일어나 세수도 안 한 상태로 연습실로 뛰어가고, 잠옷입은 상태로 트레이닝 복을 손에 든 채 뛰어갔던 적도 있다. 흑역사일 수도 있는데 그 땐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활이 내 로망 중 하나였다."- 완성형 비주얼이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었다.
"아니다. 다이어트는 너무 힘들다. 습관이 돼야 하는데 아직 적응 중이다. 또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 보다 유지를 잘해야 한다. 기복이 심한 편이라 굶으면 좀 말랐다가 촬영 끝날 때가 되면 다시 부풀어 오른다.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 큰일이다."
- 김고은·박소담 등이 활동하면서 한예종이 좋아하는 특유의 외모가 있다는 말도 있다.
"한예종 하면 떠오르는 여배우들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 나도 잘 몰랐는데 댓글에서 '한예종 프리패스상'이라는 표현을 봤다. 그리고 그 분들이 무쌍 프리패스상이면 나는 유쌍 프리패스상이라고. 하하. 외모를 떠나 한예종 배우들 만의 특유한 분위기가 있다고도 하시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게 뭘까 싶고 나도 궁금하다."
- 차기작은 정했나.
"아직 없다. 빨리 좋은 작품,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해서 사극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개화기 시절을 다룬 시대극도 좋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공부하면서 인물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