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켈리는 KBO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1승10패·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한 29경기 중 26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리그에서 저평가된 투수 중 1명이었다.
KBO 2년 차인 올 시즌도 변함없었다. '꾸준함'이 리그 최고였다. 빈약한 득점 지원 탓에 9승(8패)에 그쳤지만 리그에서 3명밖에 없는 '200이닝 투수'라는 훈장을 달았다. 탈삼진 152개로 2위. 평균자책점도 3.68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승을 제외한 투수 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에이스 김광현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쌍두마차였다.
그는 "올해는 환경에 적응했고, 문제점을 만회할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을 통해 최대한 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전병두 은퇴
어깨 수술 뒤 재활 중이었던 전병두가 유니폼을 벗었다. 복귀에 희망을 걸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복귀 확률은 5년 만에 '0%'가 됐다. 2011년 11월 왼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은 전병두는 올해로 재활만 5년째였다.
복귀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괌 재활훈련을 시작으로 2014년 사이판 재활캠프, 2014년 광저우 퓨처스캠프 그리고 2015년 괌 재활캠프까지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ITP(Interval Throwing Program·단계별 투구 프로그램)까지 끝내면서 희망을 걸었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선수로 복귀에 실패했다. 아쉬움이 크다. 현재 SK 전력분석원으로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 이재원 홀로서기
SK는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 포수 정상호(현 LG)와 계약하지 않았다. 출전 시간을 양분했던 이재원을 향한 믿음이 컸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이재원은 '미완의 대기'였다. 류현진(LA 다저스)을 거르고 선택해 팬들의 기대가 높았지만 제대로 된 멍석이 깔리지 않았다. 베테랑 안방마님 박경완(현 SK 배터리코치), 조인성(현 한화), 정상호와 함께 뛰면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상호의 이적과 동시에 풀타임 포수로 첫 평가대에 올랐고 성공적으로 한 시즌을 마쳤다.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0·15홈런·64타점을 기록했다. 도루 저지는 박동원(넥센)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41회. 주전 자리를 보장하니 '진짜' 주전으로 올라섰다.
◇ 이럴 줄 몰랐다
▷ 6위
전력이 탄탄했다. 어깨 재활을 끝낸 마무리 박희수가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취약 포지션이었던 유격수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엑토르 고메즈를 영입해 짜임새를 더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건재한 상황에서 윤희성-박종훈이 버티는 선발 로테이션은 10개 구단 중 상위권에 속했다. 베테랑 박재상과 조동화가 외야 백업으로 밀려날 정도로 야수진도 탄탄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짜임새가 헐거웠다. 팀 홈런 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팀 득점은 9위였다. 홈런은 많이 쳤지만 득점이 낮았다. 득점권 타율이 0.276로 꼴찌. 홈런만으로는 승리를 가져갈 수 없었다. 시스템 야구를 표방했지만 김용희 감독은 갈팡질팡했다. 철저한 분업을 요구한 불펜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된 9월 9연패(9월10일~23일)를 당하면서 4위에서 6위로 추락,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2년 계약이 만료된 김용희 감독은 구단을 떠났다. 팀 체질 개선에 나선 SK는 외국인인 트레이 힐만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 한화전 최약세
SK는 전임 사령탑 김성근 감독이 맡고 있는 한화전에 예민했다. 지난해 겨울 주전 마무리 정우람이 한화 이적을 택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5시즌 맞대결에서는 9승7패를 기록하며 5할 이상의 승률을 가져갔다. 올 시즌에는 5승11패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에 올라간 4, 5위 LG와 넥센이 한화전에서 9승7패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9월 9연패의 시작도 한화전이었다. 2016시즌, 한화전을 못해서 포스트시즌에 못 올라간 SK다.
▷ '9라운드 기적' 김동엽
김동엽은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받지 못한 해외 유턴파였다.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남태혁(kt)과 정수민(NC)에 비해 관심이 떨어졌다. 해외파 트라이아웃 때 부상이 겹쳐 아무것도 보여 준 것이 없었다. 지명 순위가 계속 밀렸고, 8라운드까지 호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SK가 9라운드에서 지명하며 가까스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임팩트가 강했다. 57경기를 뛰며 타율 0.336(143타수 48안타)·6홈런·23타점을 기록했다. 신인 타자 중 홈런과 타점 1위였다.
◇ 보상선수 '대박' 최승준
최승준은 FA로 이적한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의 선택을 받았다. 2군 홈런왕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범 경기에서 리그 삼진 1위에 오르며 입지가 좁아졌다. '혹시나' 기대했던 시선이 '역시나'로 바뀌었다. 하지만 5월 12일 첫 홈런을 때려 낸 뒤 부담감을 내려놨다.
6월 한 달 동안 홈런 11개를 쏘아 올리며 생애 첫 KBO 월간 MVP까지 수상했다. 7월 20일 오른무릎 후방 십자인대를 다치며 20홈런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0.266·19홈런·42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2006년 데뷔 후 1군 통산 홈런이 2개에 불과했지만 10배 가까운 홈런을 한 시즌에 몰아 치며 2017시즌을 향한 기대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