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 팀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었다.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또 한 번 전 세계적으로 드높였지만 팀 구단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기회만 되면 엄청난 금액을 제시해 한국 선수들을 빼가려는 중국 팀들을 상대로 선수들을 잡기 위해 연봉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30억~40억원? SKT '페이커' 연봉 고심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16 롤드컵'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이하 SKT)가 삼성 갤럭시를 3-2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SKT는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3번째로 롤드컵 왕좌에 올랐다. 올해로 6회째인 롤드컵에서 3회 우승한 것은 SKT가 처음이다. 삼성은 비록 준우승했지만 명승부를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이 롤드컵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한 것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이고, 2013년 이후 4회 연속 우승컵을 가져갔다. 한국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LOL e스포츠의 최강국인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잘 하다보니 구단들의 고민이 깊다. 롤드컵 폐막과 함께 선수들과의 연봉 재협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고민이 깊은 구단은 롤드컵 3회 우승의 대기록을 세운 SKT이다. 특히 오는 11월말로 세계 최고의 LOL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과의 계약이 종료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SKT는 이상혁을 잡고 싶지만 중국 팀들이 거액의 연봉을 내걸고 스카우트 경쟁을 벌일 경우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 중국 팀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3번이나 SKT를 우승으로 이끈 이상혁은 오래 전부터 스카우트 0순위 선수였다.
제시 금액도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롤드컵 우승 직후에는 중국 팀들이 백지 수표를 제시했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올해는 30억~40억원 가량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정도 액수는 프로야구의 특급 외야수의 연봉 수준이다.
SKT는 중국 팀들이 이같은 거액을 부르면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상혁의 순수 연봉은 5억원이 안되고 추가 보너스 및 수입을 합쳐도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현재 수준에서 3~4배를 더 올려줘야 한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SKT는 이상혁만 있는 게 아니라 '뱅' 배준식이나 '울프' 이재완 등 A급 선수들이 대부분이다"며 "다른 선수들도 이번 우승으로 연봉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상혁에 올인하기 힘든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혁도 연봉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굳이 SKT에 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그래도 롤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SKT를 선택했지만 이번에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만큼 다른 도전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e스포츠 팀 관계자는 "이상혁이 이제 명예보다는 돈을 벌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락스도 연봉 전쟁 돌입 준우승을 한 삼성 구단도 SKT와 마찬가지 처지다. 더구나 삼성은 2014년 롤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이후 모든 멤버가 중국 팀 등으로 옮겨간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새로운 멤버들이 손발을 맞춘 지 얼마 안됐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최강 SKT를 상대로 5세트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쳐 중국 팀들이 충분히 탐낼만하다.
삼성 선수들의 연봉이 높지 않다는 점도 이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e스포츠 관계자는 "삼성 선수들은 새로 팀에 합류한 게 얼마 안되고 큰 무대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삼성이 연봉을 많이 주는 구단이 아니다"며 "중국에서 크게 지르면 선수들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 팀 락스 타이거즈의 선수들도 중국행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락스는 4강전을 앞두고 ESPN의 '팀 해체설' 보도를 부인하며 기존 후원사들과 협상 중이라고 했지만, 중국 팀들이 물밑으로 개별 선수들과 접촉하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T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처럼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그러다보니 잘 키운 A급 선수들을 빼앗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1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다보니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LOL 리그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 e스포츠협회 등은 무분별한 지역간 선수 이동을 막기 위해 비자를 취득해야 양국의 정규 리그에 뛸 수 있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조만수 사무총장은 "올해는 예전처럼 한국 선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이상혁처럼 특급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 사무총장은 "한·중 LOL 선수들의 지역 간 이동과 관련한 내용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