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경륜의 마지막 대상경주 타이틀의 주인공은 '수도권 최강자' 정종진(29·20기)이었다.
정종진은 30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제22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 결승전(13경주)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종진은 초반 김주상(33·13기)과 박성현(31·16기)이 앞서 나가는 사이 후미에 처져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바퀴에서 결승선 앞 직선주로 막판 추입으로 황인혁(28·21기)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정종진은 우승 상금 1400만원을, 2위를 차지한 황인혁과 3위 김형완(29·17기)은 각각 1100만원과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사실 이날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정종진과 '왕의 귀환'을 노리는 박용범(28·18기) 중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것인가였다.
정종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박용범과 대결에서 12전2승1무9패로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그랑프리 결승에서 박용범에 이어 준우승 했고, 올 상반기 스포츠서울배에서도 박용범에게 밀려 3위에 그쳤다. 큰 경기만 나서면 박용범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날 경주를 준비하면서 정종진이 가장 경계했던 상대도 박용범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종진은 최고 시속이 10초대에 진입할 만큼 경기력이 업그레이드됐고, 최근 경주 감각도 절정에 올라 있어 두려울 게 없었다. 박용범이 복귀 뒤 7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2진급 선수들과 경주에서 거둔 성적이라 완벽히 경기력을 회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자신감의 원인이 됐다. 정종진은 경주를 마친 뒤 "테크닉이 좋은 박용범을 많이 신경썼다. 과감하게 승부를 보면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경주가 잘 풀려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종진의 자신감은 경기 전 인터뷰 때부터 드러났다.
그는 "요즘 부쩍 파워가 늘었다. 웨이트량을 늘렸고 파워와 순발력도 그만큼 향상됐다"며 "평상시와 똑같이 컨디션을 맞췄다. 좋은 타이밍이 나왔을 때 승부를 걸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대로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우승을 낚아 채는 저력을 보였다.
정종진은 "초반 승부를 걸어서 다들 앞으로 일찍 나가는 바람에 힘든 경주를 했다. 젖히기나 과감하게 자력 승부를 노렸는데 타이밍이 나지 않아 조금 늦추다보니 추입 승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폭발적인 주력을 과시하며 막판 추입에 성공한 그는 "타이밍을 기다리다 승부를 본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그랑프리를 앞두고 열린 대상경륜 우승으로 상승세에 날개를 단 정종진은 "연말 그랑프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훈련하고 있고, 과감한 승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부상 복귀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빅게임에 나선 박용범은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연말 그랑프리 대상경륜 우승 이후 지난 6월까지 38연승을 질주하며 무적으로 군림했던 박용범은 6월 24일 이사장배 대상경륜(왕중왕전)에서 낙차를 당해 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이번달 7일 부상에서 복귀한 뒤 7연승을 질주하며 대상경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정종진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