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홈런은 거포들을 위한 숫자다. 한국 프로야구보다 역사가 길고, 시즌 경기 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그렇다.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600홈런을 넘긴 타자는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762개)를 비롯해 8명 밖에 없다. 현역 선수론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가 589홈런 으로 600홈런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수많은 슬러거들이 도전에 실패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의 통산 홈런은 534개다. 추신수(추신수)의 팀동료 아드리안 벨트레의 개인 통산 홈런은 440개. 벨트레는 메이저리그 통산 19년 중 17시즌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다. 하지만 500홈런도 넘어서지 못했다. 1998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시즌 70홈런을 넘어섰던 마크 맥과이어(당시 세인트루이스)도 통산 홈런 583개에서 유니폼을 벗었다. 사상 최고의 스위치히터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 미키 맨틀의 통산 홈런은 536개다.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 오 사다하루는 개인 통산 868홈런을 때려냈다. 그 다음으론 포수 출신 노무라 가츠야가 657홈런으로 뒤를 잇는다. 이 두 명 뿐이다. 통산 홈런 3위인 가도타 히로미쓰의 기록은 23시즌에 걸쳐 567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1990년대 이후 최고 일본인 거포인 마쓰이 히데키는 미일 통산 홈런 507개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현역 시절 홈런왕만 다섯 차례 수상한 오치아이 히로미츠(전 니혼햄)도 20년 통산 510홈런으로 600홈런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승엽은 11일까지 한·일 통산 2549경기에서 599홈런을 때렸다. 4.26경기당 한 개 꼴로 홈런을 쏟아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의 600홈런 타자 10명 중 이 수치가 이승엽보다 뛰어난 선수는 일곱 명이다. 하지만 이 중 세 명(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새미 소사)는 금지약물을 복용했던 선수다. 이승엽보다 더 높은 빈도로 아치를 그렸던 600홈런 타자는 오 사다하루(3.26경기), 베이브 루스(3.51경기), 짐 토미(4.16경기), 켄 그리피 주니어(4.24경기) 등 네 명 뿐이다. 이승엽은 위대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