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역배우는 성인배우와 달리 학교 등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연예기획사에서 영입하기를 꺼려했다. 또 조기교육을 잘 시켜 놓아도 변성기나 진로 변경 등 변수가 많아 손을 뻗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예계는 많이 바뀌었다. 매니지먼트는 아역배우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아역의 부흥기를 가져온 건 김소현·김유정·김새론이다. 일명 '3金 트로이카'라 불리는 이들은 광고 단가부터 바꿔 놓았다. 기존 아역은 최고 3000만원(1년 기준)이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3金'은 단숨에 몸값을 억대까지 끌어올렸다. 실제 이들은 성인배우와 비교했을 때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광고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한 아역 매니지먼트 회사 기념식이 열렸다. 이곳에는 국내 유명 매니지먼트 대표들이 다 모였다. 원석을 발굴하기 위한 대표자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최근 연예계 판도를 바꾸고 있는 아역 매니지먼트, 그 허와 실을 알아봤다.
◇ 아역의 품격
영화 '곡성'에서 곽도원 딸로 등장해 좀비 연기를 한 김환희는 최근 지성·이준기가 있는 나무엑터스와 계약했다. 이곳은 문근영·신세경·천우희까지 지금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여배우들을 어릴 적부터 관리해 온 곳이다. 김환희의 매니지먼트 이적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그는 결국 나무엑터스로 갔다. MBC 드라마 '화정'의 서강준 아역,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변요한 아역, tvN '풍선껌'의 이동욱 아역까지 도맡은 아역배우 윤찬영도 새 소속사를 찾았다.
MBC 드라마 '마마'에서 절절한 눈물 연기를 보였던 그가 기존 회사에서 나와 송윤아와 한솥밥을 먹는다. 곧 방송될 MBC '불어라 미풍아'에서는 손호준 아역으로 나온다.
지금까지도 잘 자란 아역으로 손꼽히는 배우는 김혜수와 김민정, 박신혜, 유승호 등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외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성인이 된 후 데뷔하는 다른 배우들이 성형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쭉 지켜본 대중들이 '자연미인·자연미남'임을 증명한다. 요즘 매니지먼트는 이런 보석 같은 아역배우를 한 명이라도 두기 위해 '1회사 1아역배우'을 외치고 있다. 특히 드라마·영화 제작이 활발해진 지금 아역배우부터 성인배우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이야말로 매니지먼트 덕목의 1순위다.
◇ 3金 전성시대
과거 김민희를 시작으로 김혜수·김민정 등 국내 아역 계보를 훑고 내려오는 배우들이 있다. 2016년 그 선두에는 김소현·김유정·김새론이 있다. 세 사람은 어린 시절 데뷔해 지금까지 대중과 성장 과정을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세 사람을 볼 때 '내 새끼'를 보듯 더 정감 가고 더 예쁘게 바라본다. 이것이 아역배우의 힘이다. 세 사람은 올 하반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책임졌다. 김소현은 tvN 월화극 '싸우자 귀신아'에 출연했고 영화 '덕혜옹주' 속 손예진의 아역을 맡았다. 김유정도 박보검의 파트너로 낙점돼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지상파 첫 주연을 꿰찼다. 영화 '아저씨'로 잘 알려진 김새론은 최근 종영한 JTBC '마녀보감'에서 첫 주연을 따냈고 캐릭터를 120% 소화했다.
이들은 광고계 입지도 넓혔다. 기존의 아역배우들은 최고 3000만원이라는 암묵적인 상한선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의 등장으로 마지노선은 무너졌다. 아역배우와 성인배우의 대우가 다르다는 룰도 깨졌고 출연료에 있어서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김소현과 김유정, 김새론이 아역배우의 평균 출연료를 높였고 광고 개런티도 올려 놓았다. 꼭 세 사람 덕분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기여도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 가뭄에 콩 나듯
성인배우와 달리 아역배우에게 '한 방'을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특히 아역의 경우 체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크게 빛을 볼 수 없다. 대개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TV 한 번만 나왔음 좋겠다'는 마음이 크지만 그랬다가는 망신살이 뻗칠 수도 있다. 아역은 누가 뭐래도 스텝 바이 스텝이다.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야 빛을 보기 마련. 영화 '추격자' 속 서영희의 딸 역할이 김유정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아도 S코스메틱 광고 속 김유정은 낯익다. 처음부터 '한 방'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또한 아역배우에게는 간과해서는 안 될 치명적 오류가 있다. 바로 신체의 변화다. 특히 변성기가 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릴 때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성장 과정에서 전혀 다른 외모와 이미지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한 배우는 병을 앓아 외모가 변했고 지금은 극중 악역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요즘 그나마 괜찮은 아역은 이미 다른 소속사와 계약이 끝난 지 오래다. 운 좋게 잠재력이 많은 아역을 찾더라도 향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빛을 보기까지 시간은 좀 걸릴지 몰라도 잘 키운 아역배우 한 명은 웬만한 성인배우 부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