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수 양성우(27)는 지난 28일 고척 넥센전에서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2타점으로 활약했다. 모처럼 웃었다. 5월 타율 0.379를 기록하며 활약한 양성우는 6월 들어 월간 타율이 1할대에 그치며 고전했다. 상대에게 약점을 공략당했고, 체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이날 큼지막한 홈런과 날카로운 타구를 잇따라 날리며 부활을 알렸다.
양성우의 부활 뒤에는 '캡틴' 정근우(34)의 조언이 있었다.
양성우는 "정근우 선배가 26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5월과 타격폼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양성우는 두 다리를 가까이 붙이고, 몸을 잔뜩 웅크려 타격 준비를 한다. 상대 투수가 공을 던지면, 허리를 세우고 오른 다리를 앞으로 내딛으며 방망이를 돌린다. 그러나 6월 들어 허리를 세운 채 타격에 들어갔다. 준비 자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보니 타격 타이밍이 늦어졌다. 양성우는 "정근우 선배가 '이전에 네가 타격감이 좋을 때에는 타석에 들어설 때 칠 준비가 돼 있었는데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조언해줬다"고 덧붙였다.
정근우는 장난끼 많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더그아웃에서 한 마디 툭 던지는 농담으로 팀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그러나 후배들을 대할 때 정근우는 다른 사람이 된다. 말과 행동 모두 진지해진다. 경기력에서 문제점이 보이면 지나치지 않고, 조언을 한다. 농담과 마찬가지로 한 마디 툭 내뱉지만,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하주석과 강경학 등 후배 내야수는 더욱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하주석은 4월 한 달 동안 6실책을 저지르며 부진했다. 정근우는 하주석에게 "발이 움직여야 한다. 공을 앞에 두고 잡아야 하는데 따라가기 급급하다"고 했다. 그리고 "수비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주석은 "정근우 선배의 조언을 듣고 풋워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투수의 구종에 따라 타구의 방향과 회전이 다르다는 걸 체크하고 있다. 정근우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정근우는 지난 2014년 4년 70억원의 대형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검증된 실력은 한화에서 여전히 유효했다. 공·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주장까지 맡으며 팀의 중심이 됐다. 정근우는 올 시즌 68경기에서 타율 0.311·11홈런·43타점·55득점을 기록 중이다. 15차례 2루를 훔쳐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후배들의 성장까지 돕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정근우는 실력 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성장까지 이끌고 있다. 모범 FA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고 했다. 한화 영건들은 정근우라는 자양분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