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전반 39분. 김종혁 주심은 스로인을 하려던 수원 수비수 신세계(26)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원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신세계가 공을 던지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다.
전반 37분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신세계는 결국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옐로카드를 받는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스로인 과정에서 퇴장까지 당하자 서정원(46) 수원 감독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후 10명으로 싸운 수원은 수적 열세를 극복 못하며 2-3 역전패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판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연맹은 이미 올 시즌부터 경기 지연 행위를 엄격히 방지하겠다는 판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세 차례나 공을 던질듯 머뭇거린 신세계는 시간을 끈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하지만 수원이 앞서던 경기를 내주고 최강희(57) 전북 감독이 경기 후 "신세계의 퇴장으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스로인 경고'에 대한 논쟁은 다시 불붙었다. "주심은 규정대로 경기 지연 행위에 대한 경고를 했다"는 쪽과 "운영의 묘를 생각했어야 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스로인 경고'와 '운영의 묘'는 무관
주심의 판정이 합당했다고 말하는 쪽은 신세계의 경고가 올 시즌 프로축구에 적용되는 규정에 따라 주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정집에 따르면 '규칙 12. 반칙과 불법행위'에 경고성 반칙으로 여러가지를 명시했고 신세계는 그 중 '플레이 재개를 지연시킬 경우'에 포함된다.
강치돈 대한축구협회 심판 강사는 "스로인 상황에서 경고가 주어지는 건 '공을 던지려다 다른 선수에게 넘기는 행위'와 '공을 던지지 않고 지나치게 시간을 끄는 행위'다. 신세계는 후자에 해당한다"며 "문제의 장면을 봤는데 신세계는 세 번이나 공을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는 명백히 경고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스로인 상황은 이미 경기 흐름이 끊긴 상황이다. 경기 흐름을 살리기 위해 어드벤티지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고를 주지 않고 넘어간다 해도 상대 팀과 관중 입장에선 짜증이 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네티즌 사이에선 '신세계의 경고'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는데 '경고가 맞다'는 의견도 반대 의견 만큼이나 많았다. ◇'접전에 찬물' 막기 위한 기준 필요
반면 축구 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 경기가 판정 하나에 승부가 갈렸다는 점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전북(2승3무)과 수원(5무)은 지난 시즌 1·2위팀으로 양팀 모두 최근 5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었다.
특히 이 경기는 양팀이 쉴 새 없는 공방전을 펼쳐 관중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 축구팬은 "승패를 떠나서 퇴장이 없었다면 관중들이 더 수준 높은 축구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전반 막판부터 김이 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쉽다"며 "시간을 쟤는 게 아니라서 주심마다 스로인 경고를 적용하는 기준이 다른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지도자는 "구두 경고를 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엄격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이천수(35) JTBC3 FOX Sports 해설위원은 스로인시 명확한 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시간에 둔감하다. 지난 시즌엔 심판이 뒤로 가라고 위치를 재지정해주거나 빨리 던지라는 구두경고가 있었다"면서 "골키퍼가 6초 만에 볼을 차야 한다는 '6초룰'이 있듯, 스로인을 할 때도 명확한 기준을 연맹에서 제시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 퇴장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면 훨씬 재밌는 경기가 됐을텐데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