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가 한복판에 80~90년대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장소가 있다. 1년 365일 가수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고, 다같이 ‘광야에서’를 목청 높여 부르며, 암울했지만 빛나던 청춘을 기억할 수 있는 곳, 라이브카페 '자유2'이다.
KBS별관 근처에 2000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16년째 운영되고 있는 '자유2'에는 가게가 지내온 시간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삐그덕 소리를 내는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 30촉 백열전구가 가게를 조용히 밝히고 있고, 오래된 벽마다 김광석·김현식·노찾사·대학가요제 등 빛 바랜 공연포스터들이 걸려 있다. '자유2'에 처음 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여의도에 이런 가게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신기해 한다. 그리고 손님들끼리 금방 친해진다. 주인이 부르는 노래에 흥이 더해지면 손님들이 다같이 따라 부르고, 6개 테이블이 하나로 모여지기도 하고, 옆테이블의 술값을 대신 내주는 일도 종종 있다.
'자유2' 손님들은 이 곳을 ‘여의도의 해방구’, ‘섬 속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술을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힐링을 하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얘기한다.
'자유2'를 운영하는 주인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잘 알려진 발라드 가수 최승호(43)이다. 2년 전 작곡가 오태호와 함께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라는 곡을 발표했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라이브 시간에는 주인이 직접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노래한다. 다른 라이브카페들이 반주기를 도입하면서 잃어버린 아날로그의 낭만과 여유, 감성을 '자유2'에서는 느낄 수 있다.
주인의 지인인 ‘기차와 소나무’를 부른 이규석, ‘사랑하기에’의 이정석, ‘귀거래사’ 김신우 등 80~90년대를 발라드로 수놓았던 가수들이 찾아와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가게 이름인 '자유2'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외부적인 구속이나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사전적 의미의 '자유'와 동시에 농구에서 쓰는 ‘자유투’를 뜻한다.
주인장 최승호씨는 "하루종일 여의도 복판에서 제각각 먹고 살 길을 찾느라 분주하던 사람들이 땅거미가 지면 하나 둘 모여들어 제멋대로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자유를 얻어 나가는 곳이 바로 '자유2'"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