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와 하정우는 각각 주연을 맡은 영화 '오늘의 연애'와 '허삼관'이 내년 1월 15일 같은 날 개봉해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배우 모두 많은 여성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기 다른 매력으로 '티켓 파워'를 과시할 예정이다. 공교롭게 개봉일이 겹치면서 팬들 입장에선 '골라보는 재미'가 생겼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 또한 치열할 전망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이승기다. 2004년 1집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이승기는 그동안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06)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10) 등을 거치면서 가수와 배우를 겸했다. 올해에도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출연하며 배우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유독 영화와 인연이 닿지 않았고, '오늘의 연애'로 마침내 충무로에 입성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오늘의 연애'에서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다가 100일도 못 가서 차이는 답답남 '준수' 역을 맡은 그는 "처음 하는 영화는 블록버스터 같은 작품 보다는 오로지 연기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너무 즐거웠고, 드라마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기가 충무로에서 '신예'라면 하정우는 '백전노장'이다. 2007년 드라마 '히트'를 끝으로 줄곧 영화에만 올인하고 있다. 성적도 좋다. '황해'(10)를 비롯해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12)·'베를린'(13)·'더 테러 라이브'(13) 등으로 만만치 않은 티켓파워를 자랑했다. 올해 여름 개봉한 '군도:민란의 시대'도 477만 명을 기록했다.
세계적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하는 '허삼관'은 돈 없고 대책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뒤끝만은 넘치는 명물 캐릭터 허삼관(하정우)이 절세미녀 아내(하지원)와 세 아들을 얻으면서 맞닥뜨리는 일생일대 위기를 그린다. 무엇보다 주연 뿐만 아니라 하정우 본인이 직접 연출까지 해 관심을 모은다. 이미 지난해 첫 장편영화 연출작 '롤러코스터'를 선보였던 그는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해석한 '허삼관'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선배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최근 열리 제작보고회에서 장광은 "저에 비하면 나이가 한참 아래지만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라며 "감독과 주연배우를 오가면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그럼에도 배우에 대해 굉장한 배려를 해주고 가장 편안하고, 쉽게,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연기를 유도했던 것 같다.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작은 존경심도 우러나는 감독이었다"고 평했다. 이경영도 "하정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으로 감독 생활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며 "감독이 따뜻하니 이런 따뜻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