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액션토너먼트 던전앤파이터&사이퍼즈 2014 서머’에서 2500원짜리 티켓을 사서 입장한 팬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넥슨 제공
e스포츠를 돈 내고 본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지만 요즘 프로스포츠처럼 입장권을 사야 관람할 수 있는 유료 좌석제를 도입하는 e스포츠 대회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판매 수익은 크지 않지만 e스포츠도 돈 내고 본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유료 좌석제의 전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최근 국산 e스포츠 대회의 전 좌석이 매진됐다. 넥슨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e스포츠 경기장 넥슨 아레나에서 여는 ‘액션토너먼트 던전앤파이터&사이퍼즈 2014 서머(이하 액션토너먼트)’의 18일 경기 좌석 티켓이 모두 팔렸다. 총 566개의 좌석이 12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만에 매진됐다. 앞서 11일 경기의 유료 좌석도 3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
액션토너먼트는 넥슨이 자사의 인기 온라인 게임 2종으로 진행하는 e스포츠 대회로 작년에 처음 열렸다. 당시에는 누구나 경기장을 방문하면 공짜로 볼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티켓 한 장에 2500원인 유료 좌석제를 전격 도입했다. 액션토너먼트는 국산 e스포츠 대회 중 처음으로 좌석 유료화를 시도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국내에서 e스포츠의 유료 좌석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개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다. 지난 2012년 9월 ‘롤챔스 서머 2012’ 결승전의 일부 좌석(1000석)이 1만원에 판매돼 3일 만에 매진됐고 추가석(1000석)도 모두 팔렸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대회를 공짜로 보던 상황에서 일부 좌석이라고 해도 유료화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엄청난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롤챔스는 이에 힘입어 유료 좌석제를 확대했다. 지난해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에서는 전석(9797석)을 유료로 판 데 이어 올해부터는 8강전부터 전석 유료화(3000원)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좌석 유료화를 추진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팬들이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액션토너먼트를 총괄하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노정환 실장은 “기존에 매 경기마다 이른 아침부터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줄을 서서 대기하거나 긴 대기열 때문에 입장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사전 예약 형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두 대회의 유료 좌석제는 현재로서는 성공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경기를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쿠폰도 받을 수 있어서 팬들의 저항이 거의 없다.
권정현 라이엇 게임즈 상무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팬들도 이제는 e스포츠를 돈 내고 볼 만한 콘텐트로 인식하면서 유료 좌석제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입장권 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프로야구를 부러워 하던 e스포츠계는 최근 유료화 바람에 희색이다. 한 게임단 사무국장은 “수익이 크든 적든 간에 관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e스포츠가 프로스포츠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유료좌석제의 전면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낳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용 경기장을 비롯해 관람 환경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조만수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국장은 “종목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유료좌석제를 모든 종목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열악한 관람 환경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