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 이후 예비군 훈련이 왜 그리 찾아오는지 참 놀라웠다. 얼마 전 한 것 같은데 또 나온다. 이러다 일생을 군인으로 사는 것 아닌가 싶다.
일간스포츠 칼럼 마감 날짜는 겁나 빨리 돌아온다. 일주일을 누가 정했는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빨리 돌아온다. 난 일간에 만화 연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루에 한 번 마감을 하는지 보고 싶다. 천재 아니면 인간관계 없는 이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단하다.
또 하나 부모가 되면서부터, 아니 학부모가 되면서부터 무진장 빨리 찾아오는 것이 있는데 학부모 참여수업이다. 물론 이것은 보통 엄마들에게 해당 되는 이야기지만 아내가 치과 일을 하는 내 경우는 다르다. 자유직업인인 내가 가야한다. 아 이거 참 어쩌면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1년에 한 번 밖에 안 되는 것인데 몇 번 했더니 보령이가 6학년이다. 이제 마지막인데 안가면 안 되나 싶은데 보령이가 절대 안 된다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또 갔다. 뭐 뻔하다. 학교 수업이 시작되고 부모들이 식스센스 귀신인지 아무도 우리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수업을 한다.
그 안에서 답변을 잘하는 아이의 엄마와 저조한 아이의 엄마의 표정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을 내보내고 학부모와 담임의 면담이 이어진다. 근데 이게 6학년이 되니까 나름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주고받는다. 아이의 중학교 진학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학부형에게 질문 있냐고 묻기에 내가 "담임선생님 미장원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보령이 담임선생님은 총각에 멋쟁이다. 요즘 유행하는 층이 다른 커트를 하고 있는데 잘 어울렸다.
난 부모들이 담임선생님을 과하게 어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스갯소리로 누구나 다 아는 개그가 있다. 판검사가 밥 값 내는 것이 기자고, 기자가 밥값 내는 것이 담임선생님 앞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저 높은 곳에 계신 분이 특히 초등학교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라는 것이다.
때가 되면 부모들이 고민하는데 다름 아닌 선생님 선물이다. 이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선생님도 많다. 후배 개그맨 아내가 초등학교 선생인데 스승의 날 봉투가 와서 편지까지 써서 돌려 보냈더니 다음 날 두 배의 봉투가 오더라는 이야기는 뭔가 묘했다. 사실 고민고민 하다가 작은 선물이나 봉투를 보냈는데 거절하면 보낸 부모는 아주 그냥 멘탈이 쪼개질 것이다. 암튼 없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 금품일 것이다. 근데 그게 어디 쉬운가. 학부모 중에 리더급 엄마가 몇몇 엄마들 모아서 이 정도로 하는 것이 어때요? 라고 안을 내면 오히려 고마운 것이 사실이다.
난 울 엄마가 시골에서 유학 간 아들을 얼마나 걱정했겠나. 그래서 때마다 대천 김을 선물로 전해 드렸다. 요즘은 흔해 빠진 김이지만 예전에는 제법 인기 상품이었다. 속에 김만 들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암튼 선생님들께서는 받아주셨다. 근데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함부로 한 선생님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것이 싫어서 학기말에 선물을 드린다는 학부형은 애가 성적이 나쁘지 않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거나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 부모인 경우가 많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도 복이다. 뭐 선물이나 봉투 문제가 아니다. 내겐 아무 친구도 없는 아이에서 개그맨이 되게 만들어준 초등학교 3학년 때 고재홍 선생님도 계셨고, 담배나 피우고 껄렁거리는 나를 재능이 있다며 안양예고 진학을 적극 추천하신 임남환 선생님 덕에 밥 먹고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생 김봉두’는 분명 어느 교단에 있다. 그러나 변한 김봉두도 있고 김봉두를 저주하는 선생님들도 많다.
부모는 선생님을 뭔가 갖다 바쳐야 하는 존재로 보지 말고 의논하고 대화하는 상대로 보고 노력해야 한다. 내 집 밖의 부모는 담임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