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연기자 진지희(14)의 연기 스펙트럼은 웬만한 성인 연기자 못 지 않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09)에서 "야이, 빵꾸똥꾸야"를 외치며 말괄량이 캐릭터를 소화하더니 최근 종영한 JTBC 월화극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임신한 사춘기 여중생 세라 역을 연기했다.
'하이킥' 때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를 맡아 한동안 시달림을 당했던터라 소프트한 역할을 원했을 법도 하지만 이번에도 선택엔 거침없었다. 연기 경력 12년차답게 임예진·최정윤 등 성인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맡은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진지희는 "솔직히 처음에 대본 받고 걱정도 많이 했고, 당혹스러웠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재밌더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예전에 '하이킥' 캐릭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젠 그 이미지를 억지로 지우고 싶지 않다.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면 또 다른 진지희의 모습을 대중이 기억하지 않을까"라며 꽤 어른스러운 답을 내놨다.
-임신한 여중생을 연기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대본을 받고 좀 놀라기도 했다. 당혹스러울 때마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의견을 조합했다. 감독님이 내 의견을 잘 들어주셨고 덕분에 정작 촬영에 들어갔을 땐 큰 고민 없이 쉽게 찍을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도 없었다. 재밌게 찍었다."
-경험하지 못 한 걸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그렇게 따지면 이 전 작품도 경험하지 못 한 걸 연기했다. 특별히 이번 드라마가 더 어려울 건 없었다. 다만 세라와 공감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꽤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세라 캐릭터에 몰입한 이후엔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할머니 역은 임예진, 엄마 역은 최정윤이었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무척 좋았다. 사실 또래 친구들과 연기하는 것 보다는 어른들이랑 연기하는 게 더 편하고 좋다. 배울 점도 많아서 더 연기하는 게 재밌다."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단순하지만 내 나름의 기준은 있다. 어른이 뙜을 때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 내 나이 또래에 할 수 있는 역할은 가리지 않고 다 하자는 주의다."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는 건 어떤가.
"학년이 올라갈 수록 두 개를 병행하는 게 어렵고 힘들어진다. 특히 수학과 과학이 어렵다. 촬영 때문에 하루만 학교를 안나가도 진도를 따라잡기가 힘들어진다. 친구들한테 많이 도움을 받고 있고, 진도를 최대한 따라잡으려고 매일 노력하고 있다.
-성적이 꽤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
"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웃음) 한 반에 친구들이 총 40명 정도인데 그 중 상위권엔 든다. 스케줄을 다닐 때도 항상 교과서를 들고 다니면서 공부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밀린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생이다. 예고 진학을 계획 중인가.
"요즘 가장 고민이 진학 문제다. 일단 예고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로 가기로 결정했다. 대학 전공은 어떤 걸로 할지도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연기를 하고 있는데 굳이 또 연극영화과를 전공해야하는건지, 아니면 다른 공부를 해봐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물을 때마다 '연기자'라고 답한다. 지금 난 연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미라고 말하면 욕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연기자가 직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장래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도 여전히 '하이킥' 때 '빵꾸똥꾸'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건 지우기 힘든 것 같다. 예전엔 그걸로 악플도 많이 달리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우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서 이젠 '하이킥' 때 캐릭터를 나의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앞으로 계속 내 연기를 통해 새 친구를 소개해준다면 대중들도 또 다른 진지희를 기억하지 않을까."
-또래 아역 연기자들과도 친하게 지내나.
"또래 연기자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해서 그런지 계속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해를 품은 달' 때 같이 연기한 김유정이랑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다. (김)소현이랑도 동갑이다. 작품 모니터링을 서로 해주고 고민에 대해 공감을 잘 해줘서 좋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는.
"김우빈 오빠다. '상속자들'에 나온 김우빈 오빠를 보고 푹 빠졌다. 100% 팬심이다. 같이 연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웃음)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TV나 영화에 나온 배우들을 보는 게 신기할 때가 있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정말 외모도 예쁘고 사랑스럽더라. 어른이 되면 꼭 '로맨틱코미디'에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여자주인공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