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8일 첫방송 이후 신드롬을 이어온 SBS 주말극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27일 방송을 끝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도민준에 눈멀고, 천송이의 패션에 홀릭됐던 여성시청자들의 아쉬운 탄성에 땅이 꺼질듯 하다.
'별그대'신드롬은 이제 너무 들어서 지겨울 만큼 화끈했다. 14년만에 돌아온 유부녀 전지현은 방부제를 먹은 듯, 예전 미모를 그대로 간직한채 패션을 선도했다.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냉장고와 차량도 검색어에 올랐다. 김수현은 'ET' 이후 최고로 사랑받은 외계인이 됐다. 덤덤한 듯 다정한 스킨십에 여심은 휘청거렸고, '국민 외계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주연뿐 아니라 유인나와 박해진, 매니저 김강현까지 인기를 얻어 연기자로서 위치가 한단계 올랐다.
'별그대'인기는 중국 대륙도 집어삼켰다. 동영상 조회수는 6억뷰를 넘어섰고, 극중 전지현이 즐기는 '치맥(치킨·맥주)'은 중국 내 히트상품이 됐다. 전지현의 '치맥'을 먹기 위해 베이징의 한국인 거리 왕징의 치킨전문점에는 중국팬들이 몰려들었다. 조류독감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중국 양계농가가 전지현 덕분에 웃음을 되찾았다는 과장된 이야기까지 돌았을 정도. '외계인'김수현을 모시기 위해 중국 방송사는 전세기까지 띄우고 있다.
O.S.T의 인기는 당연하다. 린·효린·케이윌이 부른 곡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마지막 주자 김수현까지 나서 차트를 휩쓸었다. 과도한 간접 광고, 중간중간 늘어지는 스토리 등이 지적되긴 했지만 상반기 최고 히트작임에 분명하다.
'별그대'를 누구보다 가까이 서 지켜본 8명의 방송·패션·광고·음악 전문가들에게 드라마의 파급력과 의미를 물었다.
○SBS 김영섭 드라마 국장
"기존에 볼 수 없던 복합 장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판타지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잘 써준 박지은 작가와 감각적으로 찍어낸 장태유 PD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전지현-김수현의 비주얼과 연기력까지 모든 게 잘 어우러졌다. 요즘 시청률 30%는 '꿈의 장벽'이다. 살짝 아쉽긴 해도 이 정도 시청률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젊은 여성층의 드라마 충성도가 워낙 높아 끝까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한국형 복합 장르 드라마의 성공이다. 멜로면 멜로, 스릴러면 스릴러로 양분됐던 드라마 장르를 하나로 모았다. 복합일 경우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는 예상을 깨고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 결과는 높은 시청률과도 직결됐다. 예능 출신 박지은 작가만이 소화할 수 있는 특유의 위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러웠다. 극 중반 김수현과 전지현의 러브라인에 치중돼 스토리가 진부했던 걸 빼면 훌륭했다."
○콘텐츠파워지수(CPI) 관계자
"'별에서 온 그대'는 6주 연속 CPI 1위를 차지했다. '무한도전' '런닝맨' 절대 예능을 모두 제친 대단한 성과다. CPI는 뉴스 구독과 직접 검색 순위, 소셜미디어 버즈 순위 등을 합친 것으로 '별에서 온 그대'는 세 가지 항목에 대해 모두 높았다. '해를 품은 달' '응답하라 1994' 이후 가장 좋은 성과다. CPI는 기본적으로 시청률을 보완할 수 있는 수치다. 시청률과 CPI 모두 높았던 드라마는 별로 없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전지현의 브라운관 컴백에 패션계는 앞다퉈 자사 옷 입히기에 힘을 쏟았다. 8등신 이상의 비율인 김수현도 '댄디 교수룩'이라는 새로운 패션을 제안했다. 어딜가나 그 시대를 반영한 아이콘이 있지 않냐. 오드리햅번·마돈나·마이클잭슨 등. 적어도 전지현은 한국에서 그들만큼의 아이콘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서 있기만 해도 훈훈한 투샷인 김수현과 전지현의 패션계 파워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광고 에이전트 윤설희
"광고 업계에서는 '별그대'의 PPL 효과를 따지면, 몇 십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드라마라 평한다. 김수현-전지현과 관련된 모든 광고 브랜드의 브랜드 호감도나 브랜드 이미지가 수직상승하고 실질적인 매출효과를 보았다. 김수현과 전지현의 몸값이 6-7억원선이지만 광고효과와 매출기대치를 봤을때 600~700억원 그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과 이호규 교수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모티브로 외계에서 살았던 생명체가 잘생긴 남자배우의 모습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각박한 현실의 무게에 반비례하는 설정에 매료됐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멜로드라마를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받고 싶은 충동이 강하다는 것도 시청률 상승에 크게 반영됐다. 다만 아직 풀리지 않은 만화 표절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음원사이트 멜론 관계자
"드라마 O.S.T 중 타이틀곡 한 곡이 인기를 끄는 건 비일비재하지만 전 앨범 수록곡이 사랑받기는 힘들다.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린을 시작으로 효린·케이윌, 마지막으로 김수현까지 등장해 기존 가수들의 음원차트 순위를 한 단계씩 낮췄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수록곡이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별그대'는 인기와 별개로 노래 자체만으로 성공했다. '응답하라 1994'와는 또 다른 인기다."
○음악평론가 강태규
"O.S.T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극의 흐름과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들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일이다. 특히 멜로신이 연출될수록 음악의 중요성은 더 크다. '별그대' O.S.T는 그러한 중도의 선을 적절히 지킨 최고의 음악이다. 또 수록곡을 부른 가수들은 모두 다 실력파다. 드라마와 상관없이 음원을 내면 1위를 차지하는 A급 가수. 하지만 드라마의 엄청난 인기와 시너지로 더 큰 힘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