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엄정화(45)가 매력적인 40대 커리어 우먼으로 돌아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연하남과의 로맨스에 빠진 케이블 방송국 예능PD 신혜 역을 맡았다. '관능의 법칙'은 2003년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싱글즈'의 10년 뒤 이야기 격인 작품. 로맨틱코미디와 멜로 장르에서 이름값이 높은 권칠인 감독이 '싱글즈'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싱글즈' 속 자유분방한 연애관의 소유자 동미의 10년 뒤 모습이 궁금한 관객이라면 주저없이 영화관을 찾을 만 하다. 1992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통해 배우로서 데뷔한 엄정화는 1993년 첫 정규 앨범 '소로우풀 시크릿'(Sorrowful Secret)이후 가수 활동까지 병행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까지 각 시대별 주도적인 여성상을 그려온 그의 새로운 변신이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40대의 사랑은 20~30대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다. 50대, 60대가 돼도 그 나이대의 여성상을 그려내고 싶다"고 밝혔다.
-시사회에서 '관능의 법칙'을 관람해보니 어땠나. 아쉬움은 없나.
"재미있게 봤다. 아쉬운 점은 어느 작품에서나 항상 있는 것 같다. 물론 세 명이 한꺼번에 나오니까 디테일한 감정같은 것이 조금 생략되는 것이 안타깝기는 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예쁘고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도 우정이나 사랑을 현실적으로 다루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20~30대와 무언가 다른 40대의 사랑을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싱글즈'(03)의 10년 뒤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나.
"그런 부분을 미리 알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님, 권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다.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부터 호감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싱글즈' 이후, 다시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 재미있었다."
-극중 역할과 공감대가 많을 것 같다.
"이 여자가 처한 현실과 상황을 보면 저와 비슷한 구석이 꽤 있다.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인 삶을 살아온 것, 여자로서 앞에 나서는 일을 하는 점 등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스스로 제가 똑바로 서지 않으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런 점은 일 뿐이 아니라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19살 연하 이재윤과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을 소화했다. 호흡은 어땠나.
"정말 길게 찍었다. 실제 촬영때 모습보다는 약하게 나온 것 같다. 연하라고 해서 제가 특별히 리드하거나 하진 않았다. 재윤씨가 어리긴 하지만 신인도 아니고 배려심도 많은 후배다. 얼굴은 굉장히 각지고 얌전하게 생겼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기같은 느낌이 있다. 또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웃음에다 키도 커서 굉장히 좋았다. 상대적으로 제가 굉장히 여성적으로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웃음)."
-극중 캐릭터는 지켜야 할 것도 많고. 소문도 신경쓰여 사랑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본인의 연애스타일은 어떤가.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저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지, 엄정화라서?' 등의 생각이 들곤 한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은 그런 점이 문제다. 나는 의식을 안 하는데, 상대방이 의식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이재윤은 내가 상사라는 점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게 고정관념이 없는 남자가 좋다."
-조민수·문소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기싸움'도 있었다고 하던데.
"사이는 정말 좋았다. 우선 문소리씨는 천상 여자다. 조민수씨는 제가 '아' 하면 '어' 하시는 분이다. 저보다 먼저 앞서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조민수 언니가 '기싸움'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각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뿐이다. '이 사람을 이겨먹어야겠다' 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럴만한 신도 없었다(웃음)."
-극중처럼 소울메이트 친구가 있다면.
"정재영·김동률·이적·유희열씨 등이다. 제가 판단을 못하고 흔들릴때 상담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또 최화정·이영자·홍진경 등은 일년에 한두번 봐도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다."
-친한 사이인 이효리, 동생인 엄태웅은 최근에 결혼했다. 본인은 압박감이 있나.
"이제는 운명적인 인연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결혼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지지는 않다. 가끔 사랑때문에 불안해질 때는 있다. 동생을 보고 있으면, 남자 배우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보이더라. 갑자기 안정감이 생겼다. 아내, 아이와 함께 한 가정을 이룬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드라마나 음반 계획은 없나.
"드라마는 장르 가리지 않는다. 요즘에 '별에서 온 그대' 즐겨본다. '응답하라1994'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제 이름이 나오던데, 왜 카메오로 안 불러주셨는지 모르겠다(웃음). 노래도 하고 싶지만, 현재 명확한 계획은 없다. 어떤 일에나 마음은 항상 열려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