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극 '네 이웃의 아내'가 두 부부의 엇갈린 로맨스란 내용을 그리면서도 시청자들로부터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불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자칫 '막장'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지만, 설득력 넘치는 상황과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4일 첫 방송된 '네 이웃의 아내'는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에 지친 두 부부(염정아-김유석,정준호-신은경)가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첫 방송부터 '오랜만에 성인들이 볼 드라마가 나왔다'는 호평 속에 시청률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4회는 3.5%(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를 찍었다. '네 이웃의 아내'의 약진에 지상파 월화극 평균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지상파 월화극 중 10%대를 훌쩍 넘긴 드라마가 없다. 지난 주 MBC 월화극 '불의 여신 정이'는 한 자릿수로 종영했고, KBS 2TV 월화극 '미래의 선택'도 7~8%대다. SBS '수상한 가정부'도 10%를 겨우 넘기며 체면치레를 했다.
'네 이웃의 아내'가 똑같은 불륜을 그리면서도 '막장'이 아닌,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을 염정아·정준호·신은경·김유석 등 주인공 4명과 이태곤 PD에게 물었다. 28일 오후 2시 경기도 연천군 드라마세트장에서 만났다.
▶억지 자극 없다
'막장' 수식어를 단 다른 불륜 드라마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중년 부부들이 한 번쯤 경험할 법한 권태기와 가족 내 무관심 등을 리얼하게 터치한다. 이 과정에서 불륜 소재가 접목됐다.
이태곤 PD는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울 때나 개연성이 전혀 없을 때, 또는 소재주의에 빠져서 문학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경우에 막장드라마라고 불러야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이전 스토리와 유연하게 연결되지 않을 경우 대본 내용을 현장에서 바꾸기도 한다"며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극 중 '마누라성 발기부전'을 경험하며 부부 관계에 위기를 맞은 김유석(안선규)의 이야기는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김유석은 "주변에서 '드라마 잘 봤다는 얘기와 동시에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마누라성 발기부전'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부부관계에서 경험하는 분들이 있다는 의미다. 절실한 문제를 드라마가 콕 집어준 셈"이라며 "죽자 살자 불륜만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시청률 위한 선정성 없다
육체적인 관계와 선정적인 장면이 아닌 캐릭터의 심리적 갈등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도 이 드라마가 호평받는 이유다. 이태곤 PD는 "주인공들이 모두 40대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몸으로 표현하는 연령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각 인물들이 자신의 정신적인 갈증을 해갈시켜주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심리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적인 장면을 바랐던 시청자들은 어쩌면 실망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앞으로도 주인공들의 심리적 갈등과 마음의 흐름을 중점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라며 "드라마도 품위유지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좋아한다. 말도 안되고 자극적인 장면을 넣지 않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극 중 염정아(채송하)와 감정을 키워가는 대기업 제약사업부 부장 민상식 역을 연기하는 정준호도 이 PD와 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는 "불륜 소재를 다룰 경우 특정 경계를 넘는 순간 막장이 되는 것 같다. 그 선을 안 넘는 게 중요하다. '네 이웃의 아내'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잘 조절하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게 이 드라마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워킹맘의 고충 그리며 문제의식까지
시청자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사회적 문제의식도 드러난다. 중년 부부들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과 워킹맘의 고충 등을 담아낸다. 회사에서 지치고 집에 와선 또 육아와 집안일에 시달려야 하는 이 시대 워킹맘의 답답함을 염정아가 대변하며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염정아는 "채송하는 집안일도 회사 일도 잘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이다. 매일 야근하고 주말까지 일하는 워킹맘이 집안일까지 완벽하게 잘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 부부간의 문제가 파생되기도 한다. 실제로 주변에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되는 부부도 많이 봤다"며 "송하는 현재 워킹맘의 힘든 점을 대변해주고 있다. 나 역시 드라마를 통해 꼭 하고 싶었던 얘기인데 감독님이 시원하게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