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통산 최다 홈런(314개) 기록 보유자인 박경완(41·SK)이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SK 구단은 22일 "박경완이 현역에서 은퇴하고 내년 시즌부터 팀의 퓨처스(2군) 감독을 맡는다"고 밝혔다. 코치 연수를 받지 않고 곧바로 2군 감독에 오르는 파격적인 인사다. 민경삼 SK 단장은 "나이도 나이이고,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있다"며 "안방마님이라는 게 달리 안방마님이겠나. 상대방의 전력과 전술을 이해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박경완도 "코치 연수보다는 현장에 계속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에 입단한 박경완은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활약하며 '홈런'과 관련된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2000년 프로야구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고, 이듬해에는 포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포수 첫 개인 통산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한국시리즈(KS) 우승도 5차례나 이끌었다. 1998년과 2000년 현대에서 우승을 맛봤고, 2003년 FA(프리 에이전트)로 SK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세 차례(2007·2008·2010년)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발목 수술 여파로 2011년(10경기)과 2012년(8경기) 전력 외로 분류됐고, 올 시즌에는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어렵게 5월28일 1군에 복귀했지만 6월19일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재활군에 내려간 후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성적은 8경기 출장에 타율 0.105(19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이다.
-2군 감독으로서 포부는.
"젊은 선수들과 융화해 잘 이끌어가고 싶은 생각이다. SK의 미래 전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할 예정이다."
-은퇴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고민도 많았고, 결정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도자 생활에 올인하기로 힘든 결론을 내렸다."
-은퇴와 2군 감독 제안 중 어떤 게 먼저였나.
"은퇴 의사를 먼저 밝혔고, 그후 구단이 감독 제의를 했다."
-2군 감독을 제안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
"만감이 교차했다. 바로 결정을 내린 게 아니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고, 파격적인 대우라 생각해 구단에 고맙기도 했다. 코치 연수보다는 현장에 계속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제(21일) 오후에 이야기를 했는데 어차피 가족들은 내 의사를 항상 지지했다. 은퇴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은 내가 결정을 내려야하는 숙명이었다. 결정에 따라준 가족이 고맙다."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SK의 창단 첫 우승(2007년)이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1·2차전을 내주며 2연패했을 때 다들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겨내고 4연승을 했다."
-호흡을 맞춘 투수 중 기억에 남는 선수는.
"(김)광현이가 불현듯 떠오른다. (정)민태 형도, 새로운 출발을 하는 (김)수경이도…. 광현이는 첫해 성적을 보고 (내 스스로) 고민은 물론 연구도 많이 했다. 그리고 2년차 때 엄청난 발전을 해 속으로 정말 기뻤다. 그 이후부터는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늘 광현이에게는 신경을 많이 썼다."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다면.
"솔직히 없다.(웃음) 남들은 포수 통산 최다 홈런이나 4연타석 홈런을 이야기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팀 평균자책점에 점점 애착이 갔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니 애증의 관계가 되더라. 때로는 날 웃게, 화나게, 슬프게 만든 놈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