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던 두산의 중심이 살아났다. 공격의 물꼬가 트였고, 해결사가 되어줬다. 두산 이종욱(33)과 김현수(25)의 이야기다.
이종욱과 김현수는 두산 공격의 핵심이다. 각각 타율이 0.307과 0.302로 민병헌(0.319)과 함께 팀내 3할 타자다. 리드오프 이종욱은 팀 내 도루 1위(30개)에 올랐고, 김현수는 홈런(16개) 및 타점(90개)를 기록했다. 이종욱이 출루한 뒤 베이스를 훔치고, 김현수가 불러들인다. 둘은 팀 타율(0.289)·타점(654개)·도루(172개) 1위를 차지한 두산의 화끈한 공격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에서(준PO)에서도 둘의 공격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크게 부진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47경기에 출장한 이종욱은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지만, 5경기에서 19타수 2안타·2득점에 그쳤다. 부상을 안고 있는 김현수는 15타수 1안타·1타점의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였다. 정수빈·이원석·최준석 등이 맹활약했지만, 둘이 부진하면서 두산의 발 야구와 화끈한 공격력도 살아나지 못했다. 하지만 김진욱(53) 두산 감독은 "두 선수가 살아나야 한다"고 말하며 매 경기 선발 출장 명단에 포함시켰다. 다만 2차전까지 4번타자로 나선 김현수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3차전부터는 3번타순으로 옮겼다. 그럼에도 둘은 줄곧 침묵했다.
이종욱과 김현수는 지난 16일 LG와의 PO 1차전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결정적인 장면이 1회다. 톱타자로 나선 이종욱은 상대 선발 류제국에게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냈다. 중견수 박용택이 공을 잡는 사이 이종욱은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됐다. 2루베이스 통과 전 팔꿈치 보호대가 떨어질 만큼 전력 질주한 그는 3루에 도착하자 환호했다. 이후 무사 1·3루에서 김현수가 우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이종욱이 홈을 밟았다. 이종욱은 7회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3루수 정성훈의 실책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올렸다. 이종욱은 5타수 2안타 2득점, 김현수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둘 모두 준PO 5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을 기선제압이 중요한 PO 첫 경기에서 모두 해냈다.
하일성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배트 스피드가 떨어진 이종욱은 7회 한 손을 놓고 타격하며 안타를 만들어냈고, 김현수는 5회 정면승부하던 류제국(상대 선발)의 초구를 노려 과감하게 타격했다. 경험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며 "두 선수가 팀 분위기를 살려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