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2일(한국시간) 개막한다. 1일 탬파베이가 텍사스를 5-2로 꺾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진출하면서 양 리그에서 가을잔치에 나서는 10개 팀이 모두 가려졌다.
포스트시즌은 '꿈의 무대'다. 2010년 사이영상 수상자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는 데뷔 9년차이지만 아직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197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시카고 컵스의 전설 어니 뱅크스도 19년간 512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모두 정규시즌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만큼 개인 성적만 좋다고 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어느 해보다도 국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류현진(26·LA 다저스)과 추신수(31·신시내티)가 나란히 '꿈의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둘 다 빅리그 진출 후 첫 포스트시즌이다. 박찬호·김병현·최희섭에 이어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사상 4·5번째다. 한 해 농사를 보답받을 수 있는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류현진, 한국인 첫 PS 선발과 승리 도전
류현진은 불펜으로 포스트시즌을 뛴 박찬호·김병현과 달리 보직이 선발이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3선발 자리를 꿰찬 류현진의 등판일은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NLDS) 홈 3차전이 열리는 7일이 유력하다. 선발 맞상대는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인 훌리오 테헤란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류현진으로선 원정(7승4패 평균자책점 3.69)보다 강점이 있는 홈 경기(7승4패 평균자책점 2.32) 등판이라 유리하다. 애틀랜타와의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승패는 없었지만 평균자책점 2.13(12⅔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애틀랜타는 내셔널리그 팀 홈런 1위이지만 타율은 9위에 머물렀다. '공갈포' 성향이 짙다. 브라이언 매캔·프레디 프리먼·제이슨 헤이워드 등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중심 타자들이 왼손인 것도 반갑다. 한국인 사상 첫 포스트시즌 선발에 승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관건은 '1회 징크스'와 중압감 극복이다. 류현진은 시즌 내내 경기 초반, 특히 1회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최종전이었던 9월30일 콜로라도전에서도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선제 1실점했다. 또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은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1999년 서른 살의 나이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처음 밟은 일본인 이라부 히데키(당시 뉴욕 양키스)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불펜으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13피안타 8실점하며 무너졌다. 선발로 등판한 노모 히데오(2패 평균자책점 10.38)와 요시이 마사토(1패 평균자책점 5.54) 등 내로라하는 일본 투수들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추신수, 삼중고 이겨내고 주가 올릴까
시즌 후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는 추신수에게 포스트시즌 무대는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올해 개인 통산 세 번째 20(홈런)-20(도루)에 가입하고, 내셔널리그 1번 타자로는 역대 첫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을 달성했지만 빅마켓 팀들의 구애를 받기 위해선 '큰 무대 경험이 없다'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 총액 1억 달러(1074억원) 잭팟을 터트리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여기에 볼넷과 안타, 홈런 등을 기록하면 역대 한국인 첫 이정표를 세운다.
추신수는 2일 PNC파크에서 열리는 피츠버그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나선다. 원정 단판 승부를 이겨야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추신수는 올 시즌 '좌완 징크스'에 시달렸다.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0.317인 반면 왼손 투수에게는 0.215에 그쳤다. 2일 경기 상대 선발도 왼손 프란시스코 릴리아노다. 추신수는 릴리아노에게 올해 12타수 1안타(타율 0.083)에 그치는 등 통산 31타수 6안타(0.194)로 약했다. 또 그는 올 시즌 PNC파크에서 7경기를 뛰어 타율 0.167(30타수 5안타)에 출루율 0.306으로 부진했다. 상대 투수와 구장, 거기에 포스트시즌의 부담감까지 삼중고나 다름 없는 적과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