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신시내티)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추신수는 24일(한국시간)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포함해 6타수 3안타를 터뜨렸다. 2-2 동점이던 연장 10회 말 1사 1·3루에서 상대 좌완 숀 헨으로부터 왼쪽 담장을 맞히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신시내티는 3-2로 승리해 최소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팀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역사적인 활약이었다. 추신수는 이날 도루 2개를 추가해 올 시즌 21홈런-20도루-109볼넷-105득점을 기록했다. 2009·2010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내셔널리그 1번타자로는 사상 최초로 시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달성했다. 아메리칸리그 1번타자들을 포함해도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왼 엄지 부상으로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하고도 과감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도루에 성공하는 투지가 돋보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다
'만능 선수' 추신수의 성공시대가 활짝 열렸다. 2000년 미국 무대를 밟은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받는 타자로 성장하기까지는 숱한 고비를 이겨낸 땀과 노력이 깃들여 있었다.
고교 시절 최고의 투수였던 추신수는 2000년 8월 타자로 미국 시애틀에 입단했다. 시애틀은 추신수가 현대 야구에서 희귀해진 5툴(타격의 정확성·파워·수비·송구·주루 능력)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믿었다. 추신수는 2002년 마이너리거 시절 자신(1m81㎝)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백인 선수를 혼쭐낸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백인들이 동양인이라고 무시하자 우두머리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거구의 백인은 괴성을 내질렀고, 이후 아무도 추신수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의 완력은 대단했지만 홈런왕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성공할 방법은 만능선수가 되는 길뿐이었다. 추신수는 매일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탱크 같은 상체를 만들었다. 2006년 메이저리그로 승격했지만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에게 가렸다. 이듬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해 기회를 잡은 추신수는 2011년 사구에 맞아 왼손이 골절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프리 에이전트)가 된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추신수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골절상 이후 몸쪽 공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었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 사구(25개)를 맞아가며 지독하게 치고 달렸다. 2013년 추신수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됐다. 올해 737만5000달러(약 80억원)였던 그의 연봉은 내년엔 두 배 이상 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