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에 이어 오비맥주도 올해 안에 ‘에일 맥주’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5일 하이트진로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모델들이 에일 맥주 ‘퀸즈에일’을 소개하는 모습. 하이트진로 제공
외국에서 '싱겁다'는 혹평을 받은 한국 맥주가 올해 안에 한층 진해질 전망이다. 국내 대형 주류제조사들이 앞다퉈 '에일(ale) 맥주' 선보이기 나서고 있기 때문. 수입 맥주의 국내 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국내주류업체들이 '정통 맥주'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맥주는 효모를 맥주통 위쪽 상온에서 발효시키느냐, 맥주통 아래 쪽 저온에서 발효시키느냐에 따라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로 나뉜다. 국내 대표 맥주인 '카스', '하이트' 등은 모두 맥주통 아래쪽 저온에서 발효시킨 라거 맥주다. 에일 맥주는 술을 맥주통 위쪽에서 18~25℃의 상온으로 발효시켜 비교적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는 올해 말 에일 맥주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하고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미 에일 맥주를 개발해놓은 상태"라며 "겨울에 제맛을 내는 에일 맥주 특성을 고려해 출시 시점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역시 지난 5월 기자들에게 "이미 에일 맥주인 '호가든'을 국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업체인 하이트진로는 한 발 먼저 에일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달 초 덴마크 알렉시아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국내 대형 맥주제조사로는 처음으로 '퀸즈에일'을 출시한 것.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퀸즈 에일'은 대형마트 등에 공급한 물량이 동이 나는 등 출시와 동시에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대형 주류업체들이 잇달아 에일 맥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수입맥주 공세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총7359만 달러(약 790억원)로 7475만ℓ에 달한다.
이처럼 맥주 수입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더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입 맥주 중에서도 최근에는 '에딩거', '파울러너' 등 에일 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 해외 언론이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혹평한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맥주 시장에서 라거 맥주와 에일 맥주의 점유율은 70:30 수준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에일맥주의 점유율은 1%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일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평균에 크게 밑돌아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