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13~17일 5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인 삼성과 LG를 추격권에 뒀다. 그러나 지난 주 1승5패로 급추락하면서 2위 LG와 5경기 차로 벌어졌고, 4위 넥센에 1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선두에 욕심을 내다 '선발 당겨쓰기'를 한 결과는 참혹했다.
◇선발 당겨쓰기 승부수
김진욱 두산 감독은 지난 18일 SK전에 앞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6위에서 차근차근 올라와 지금 잘하고 있다"며 "타격과 불펜 등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기회가 한 번은 온다. 그 찬스를 꼭 잡겠다"며 순위표 위를 바라봤다.
그러면서 '찬스 카드'를 내놓았다. 두산 김선우가 지난 14일 롯데전에서 타구에 다리를 맞고 엔트리에서 제외돼 20일 NC전 선발에 공백이 생겼다. 임시 선발이 필요한 순간, 두산 벤치는 '선발 당겨쓰기'를 선택했다. 두산은 20~22일 핸킨스-유희관-노경은을 차례로 선발 등판시켰다. 모두 나흘 휴식 후 출격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화·일요일)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 선발들은 닷새 휴식 후 등판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두산 코칭스태프는 욕심을 냈다. 올 시즌 전적에서 앞선 NC(9승2패)와 한화(7승4패)를 상대로 승수를 쌓을 요량이었고, 26~28일 사흘간 휴식기가 있는 것도 고려됐다.
◇하루 덜 쉰 선발들 모두 패전
결과는 악수였다. 지난 2주간 나흘 쉬고 선발로 나온 두산 투수들은 5경기에서 어김 없이 패전을 기록했다. 더욱이 8월 한여름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새 외국인 투수 핸킨스는 7일 쉬고 등판한 15일 KIA전에서 유일한 승리(3패)를 따냈다. 그러나 지난 주에는 나흘 쉬고 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대안은 있었다. 23일 삼성전에 임시선발로 나선 김상현은 20일 경기 출전도 가능했다. 김상현은 14일 불펜으로 1⅓이닝을 던진 후 등판이 없었다. 20일에 선발로 썼다면 핸킨스-유희관-노경은은 하루씩 더 쉬어 정상적으로 닷새 휴식 후 나설 수 있었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빠짐 없이 돌고 있는 노경은은 국내 투수들 중 최다 이닝(142이닝)을 던지고 있다. 5월 말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유희관은 선발이 첫 시즌이다. 또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이재우는 닷새 쉰 선발 4경기에선 19⅓이닝 2자책점(평균자책점 0.93)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나흘 쉬고 등판한 18일 SK전서 4이닝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두산이 선발 당겨쓰기를 한 것은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가 등 부상으로 7월17일을 끝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두산뿐 아니라 최근 넥센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4일 KIA전에서 2이닝 3실점한 나이트는 이틀 쉰 뒤 7일 두산전에 다시 선발로 나왔다가 1⅓이닝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당겨썼는데 실패했다"며 자신의 조급함으로 경기를 망친 것을 인정했다. 아직 팀별로 25~32경기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서두르고 욕심을 내기보단 순리를 따르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두산의 선발 당겨쓰기 참사는 순위 싸움에 마음이 급한 다른 팀들에도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