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8월 13~15일 5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인 삼성과 LG와의 거리를 가시권에 뒀다. 그러나 지난 주 1승5패로 급하락하면서 2위 LG에 5경기 차이로 벌어졌고, 4위 넥센에 1경기 차이로 쫓기게 됐다. 선두 추격에 욕심내다 '선발 당겨쓰기'를 한 참혹한 대가였다.
일주일 전, 김진욱 두산 감독은 18일 SK전에 앞서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6위에서 차근차근 올라와 우리 선수들이 지금 잘하고 있다"며 "타격과 불펜 등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기회가 한 번은 온다. 기회가 왔을 때 그 찬스를 꼭 잡겠다"며 순위표 위를 내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찬스 카드'를 너무 일찍 썼다. 20일 NC전 선발 순서는 김선우, 그런데 지난 14일 롯데전에서 김선우는 타구에 다리를 맞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임시 선발이 필요한 순간, 두산 벤치는 '선발 당겨쓰기'를 선택했다. 두산은 20~22일 핸킨스-유희관-노경은을 차례로 선발 등판시켰다. 모두 나흘 휴식 후 출격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등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 선발들은 5일 휴식 후 등판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두산 코칭스태프는 욕심을 냈다. 상대전적에 앞선 NC(9승2패), 한화(7승4패) 상대로 승수를 쌓을 요량이었고, 26~28일 사흘 휴식기가 있는 것도 고려됐다.
결과는 악수였다. 8월 한여름 무더위, 선수들의 체력이 힘든 시기로 접어든다. 지난 2주간 4일 쉬고 선발로 나온 두산 투수는 모두 5번 있었다. 이들은 어김없이 패전을 기록했다. 두산 선발은 휴식일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많았다. 교체 외국인 투수 핸킨스는 승리를 따낸 경기가 유일하게 5일 넘게 쉬고 등판한 15일 KIA전이었다. 결국 핸킨스는 지난 주 4일 쉬고 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대안은 있었다. 23일 삼성전 임시선발로 나선 김상현은 20일 등판도 가능했다. 김상현은 14일 불펜으로 1⅓이닝을 던진 후 등판이 없었다. 20일에 선발로 썼다면 핸킨스-유희관-노경은은 하루씩 더 쉬어 정상대로 5일 쉬고 등판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빠짐없이 돌고 있는 노경은은 토종 투수 중 최다 이닝(142이닝)을 던지고 있다. 5월말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유희관은 선발이 첫 시즌이다.
또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해 니퍼트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이재우는 5일 쉰 선발 4경기에선 19⅓이닝 2자책점(평균자책점 0.93)을 기록 중이다. 4일 쉬고 등판한 18일 SK전서 4이닝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가뜩이나 SK전 성적이 안 좋은 이재우 대신 임시선발을 쓰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했다. 5연승 흐름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점이다.
물론 에이스 니퍼트가 등 부상으로 후반기 로테이션에서 6차례나 빠진 것이 제일 큰 타격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 8일 두산전에 나이트를 당겨서 선발로 내세웠다가 1⅓이닝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그는 "당겨썼는데 실패했다"며 자신의 조급함으로 경기를 망친 것을 인정했다. 아직 팀별로 25~30경기 남아있다. 막판까지 순위 경쟁이 불가피하다. 서두르고 욕심내기보단 순리대로 따르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두산의 선발 당겨쓰기 참사는 다른 팀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