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머천다이징, 스타의 캐릭터나 얼굴, 팀로고 등을 이용한 상품) 시장이 확실한 수입처로 떠오르면서 기획사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케이팝의 시장이 전 세계로 향하면서, 캐릭터 상품의 종류도 세분화되고 유통 창구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콘서트장에서 판매되던 MD 상품이 대중화를 이룬 것이다. 기획사들이 전문 캐릭터 콘텐트 회사와 라이선싱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하고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MD 유통채널도 다각화된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까지 진출해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손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루트를 개발 중이다.
수입 또한 상상을 초월한지 오래다. 최정상급 아이돌의 경우 한 해 수백억원대의 MD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MD 구매력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이돌과 기획사는 공연만큼이나 MD 개발과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콘서트 티켓 수입이 MD 수입을 2~3배 가량 상회하지만, 순수 수익만 놓고 봤을 때는 MD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 파이가 나날이 거지고 있는 MD 상품의 세계를 돌아봤다.
▶과거엔 책받침, 요즘엔 페이크네일까지
90년대까지만 MD라고 해봐야 문방구에서 팔던 가수들의 캐릭터를 넣은 책받침·사진 등이 전부였다.이마저도 초상권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 상품들이 많았다. 국내에서 전문적으로 기획사가 팬클럽을 관리하고 스타들을 이용한 MD 산업이 시작된 건 H.O.T와 젝키에서 처음 시작됐다. 10대 팬덤을 기반으로 한 이들 그룹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이들의 멤버별 캐릭터를 따넣은 향수·문구용품·시계·컵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하지만 당시엔 해외시장 보다는 국내 시장에 MD 판로가 한정돼 있었다. 2010년 전후로 K-POP 스타들이 아시아 및 월드와이드로 활동영역을 확대하면서 MD시장은 점점 더 무섭게 커지고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문구류·부채·야광봉 등에서 한정됐지만 지금은 쇼핑백·카드지갑·종이컵·발찌·접착테이프·휴대폰거치대·인조손톱·베개와 안대, 텀블러까지 실생활 용품으로 확대됐다. 멤버별 사진이나 팀로고 뿐 아니라 이제는 멤버들의 손글씨도 새긴 상품이 등장했다.
상품의 다양화 뿐 아니라 판매처도 다양화했다. 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주니어·엑소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서울 명동과 압구정, 인천공항에 팝업스토어 매장까지 열었다. 지난 7월 문을 연 팝업스토어에는 총 65종 700여개의 상품이 있다. 특히 오픈 당일 엄청난 국내외 팬이 몰려 백화점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YG엔터테테인먼트는 전문 온라인 숍을 통해 자사 아티스트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도 판매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수천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그 가격대도 천차만별. 온라인 숍이나 팝업스토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해외나 지방의 팬들은 서울로 원정 구매를 오거나 팬들끼리 하는 대리구매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MD판매, 콘서트 매출의 노른자위가 된 이유는
음반판매량이 급감하고 음원시장에선 큰 수익을 누릴 수 없게되면서 기획사들 사이에서 MD시장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콘서트에서도 티켓 판매 못지않게 중요한 건 MD수입이다. 동방신기는 8월 17~18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5대 돔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총 14만 4000여명의 관객을 운집시켰다. 티켓 총 수입(9800엔 전석 동일)만 약 16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 MD 또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부채·수건·팔찌·양말·모자·티셔츠·손목시계 등 종류도 다양했다. 콘서트 현장 가판에서는 길게 늘어선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MD 상품 관련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이어온 이번 투어의 티켓 매출이 약 870억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MD 판매 수입을 더하면 총 매출 1000억원을 가뿐히 돌파한 것으로 내다봤다. 2PM 역시 MD 상품 판매로 짭짤한 매상을 올렸다. 지난 4월 양일간 도쿄돔에서 단독콘서트를 열고 총 11만명의 팬을 만났다. 티켓 수입은 111억원으로 밝혀졌고, MD 판매 수입 또한 3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서 MD 제작·판매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콘서트 기획을 할 때 이미 공연과 MD 기획을 함께 한다. 공연이 실패해서 수익이 마이너스가 나도, MD로 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그 만큼 MD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인 가수의 경우, 보통 팬 한 사람당 1회 공연에 2000~2500엔 정도의 MD를 구입할 것으로 본다. 1000명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돈으로 최소 2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다. A급 한류 아이돌의 경우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일단 팬들의 수가 많고 구매력 또한 크다. 1회 공연에 5000엔 정도의 돈을 쓴다고 보면, 10만명만 계산해도 5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했다. MD의 경우 수입 대비 수익의 비중이 큰 것도 MD 개발의 핵심이다. 관계자는 "일본 공연은 한국과 달리, 수익을 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워낙 이권단체가 많고 돈을 벌면 무조건 나누고 봐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MD의 경우 수수료와 제작비를 제하고도 매출의 40% 이상이 수익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