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칼렛 핌퍼넬'(9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몬테크리스토'(8월 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두 도시 이야기'(8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등 세 작품에 관한 말이다.
공교롭게도 프랑스 대혁명을 소재로 한 세 편의 뮤지컬이 나란히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복형제같은 혈연관계다. '스칼렛 핌퍼넬'과 '몬테크리스토'는 브로드웨이 유명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썼다. '스칼렛 핌퍼넬'과 '두 도시 이야기'는 단두대가 전면에 등장하고, '몬테크리스토'와 '두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을 배우 류정한이 맡고 있다. '스칼렛 핌퍼넬'만 올해 초연작이다. 어떤 작품을 보는 게 좋을까.
스칼렛핌퍼넬
'스칼렛 핌퍼넬', 의외의 강자
큰 기대를 갖고 '스칼렛 핌퍼넬'을 보러가는 관객은 드물 것 같다. 같은 시대물인 '몬테크리스토'와 '두 도시 이야기'가 앞서 지나갔고 원작의 무게감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차별화의 포인트를 영웅의 캐릭터와 고급스러운 무대에 둔 것 같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단두대의 광풍이 불어닥치자 무고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비밀결사를 조직해 프랑스로 잠입하는 영국 귀족 퍼시가 변장을 하면서 코믹한 면모가 드러난다. . 2만 송이의 장미로 꾸민 무대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여성 관객에게 로맨틱하게 다가가고, 퍼시의 친구들이 천둥 치는 바다에서 항해하는 장면 등은 남성 관객에게 어필한다. 고급스럽고 꽉 짜여진 무대다. 결정적인 약점은 와일드혼의 음악이 너무 흔하다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는 것이다.
정작 음악으로 마이너스된 신선감을 되살린 것은 색다른 멜로였다. 영국 귀족 퍼시와 결혼한 프랑스 여배우 마그리트(김선영)는 협박을 당해 로베스 피에르의 오른팔인 쇼블랑(양준모)의 첩자가 된다. 퍼시는 마그리트를 사랑하면서도 오해로 인해 멀리한다. 두 사람 각각의 내적 고통이 절절한 넘버로 뿜어져나온다.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리는 대부분의 뮤지컬들과 다르다. 다른 영웅물인 '조로'보다 관객에게 훨씬 공감과 현실감을 준다. 이로 인해 '스칼렛 핌퍼넬'은 관객평가에서 세 작품 중 우세를 보이고 있다. 카리스마가 다소 떨어지는 배우 한지상은 오히려 퍼시 역에 잘 어울린다.
두도시이야기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볼만 하지만…
2년 전 국내 초연한 '몬테크리스토'는 이미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가 엘바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의 편지를 배달한 이유로 모함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는 작품 배경으로 인해 이 작품은 프랑스 대혁명와 같은 시기로 볼 수 있다.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의 객실 안 지도를 보여주는 3D 애니메이션풍의 영상은 확실히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화려한 영상의 자막으로 방대한 원작의 스토리를 압축하는 효과도 크다.
복수의 스토리답게 음악은 부분적으로 강렬하다. 특히 단테스(류정한·임태경·엄기준)가 복수를 다짐하며 부르는 1막 엔딩 넘버 '너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국내 팬들에게 '지옥송'이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1막의 여자 해적 두목 루이자와 2막 파리의 파티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입은 붉은 망토도 인상적이었다. 메르세데스 역의 윤공주는 제몫을 해낸다.
그러나 연출과 무대 쪽은 매끄럽지 못하다. 역동적인 느낌이 떨어지는 건 조명이 효과적으로 변화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맞도록 짜여진 연출인지 의문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지난해 초연에 비해 업그레이드됐지만 '스칼렛 핌퍼넬'의 선전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염세적 변호사 시드니 칼튼(류정한·윤형렬)이 루시(최현주·임혜영)를 만나 사랑에 눈뜨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이야기여서 우울한 성격이 강하다. 초연 때는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는 장면 전환이 잘 구분되지 않아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올해는 러닝타임도 줄이고, 초연보다 다듬어 몰입을 돕는다. 그러나 루시가 주변의 세 남자와 엮이면서 칼튼에게 맹목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식의 멜로는 여성 관객들에게 는 판타지를 줄 수도 있지만 일말의 오해와 혼란도 가져올 수 있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카리스마는 부족하다.
(표 - 별점, 다섯개 만점) '스칼렛 핌퍼넬'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구성·연출 4개반 4개 3개반 배우 3개반 4개 3개반 음악 4개반 4개반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