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21)과 이종현(19·이상 고려대), 김종규(22)와 김민구(22·이상 경희대). 한국 농구를 짊어질 미래다. 이들이 주축이 된 한국 농구대표팀은 지난 21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EABA 동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에서 중국을 79-68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센터인 이종현(206㎝)과 김종규(207㎝)는 중국의 신성이라 불리는 왕저린(19·214㎝)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공격에서도 빠른 움직임으로 중국의 수비를 가볍게 뚫었다. 벌써부터 농구팬들은 흥분하고 있다. 농구대잔치 이후 침체된 한국농구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농구대잔치 시대를 넘어선 기량
이승현과 이종현, 김종규, 김민구는 현재 대학무대를 휩쓸고 있다. 최근 대학 경기를 관전하고 다니는 추일승 고양 오리온스 감독은 "이종현과 김종규 같은 경우에는 신장도 크고 운동능력이 좋다. 세트 게임보다 속공에 능하다"며 "젊기 때문에 발전가능성도 큰 선수들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농구대잔치 세대보다 기량이 앞선다. 과거에는 장신선수들이 골밑에서 제한적인 움직임만 가져갔다면 지금 선수들은 활동폭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동광 서울 삼성 감독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김동광 감독은 "한국 농구에서 덩크슛을 가볍게 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많은 시절을 봤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런 선수들이 대거 나오며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릴 아시안게임도 기대할만 하다고 말했다. 김동광 감독은 "중동팀과 할 때 매번 높이에서 밀렸다. 기술적인 부분은 해볼만 했다"며 "이종현과 김종규는 운동능력이 좋기 때문에 중동 선수들에게 높이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쏟아진 괴물 선수들…과제는
한국 농구에서 이렇게 유능한 자원이 쏟아진 것은 실로 오랜 만이다. 이미 프로에 진출한 오세근(26·200㎝·KGC인삼공사)과 김선형(25·187㎝·SK)과 더불어 '이현구규'는 한국 프로농구의 부흥을 이끌 자원으로 꼽힌다. 김동광 감독은 "이들이 프로에 와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근육을 늘린다면 더 강력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문제는 부족한 국제대회 경험이다. 이에 김동광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방열 회장이 오며 농구인이 농구협회를 이끌고 있다. 더 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일승 감독은 센터와 포워드에서만 괴물자원이 나온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이나 중동팀들은 신장이 크고 압박이 빠르다"며 "이런 수비를 뚫고 기회를 만드는 기본기가 갖춰진 가드가 필요하다. 이상민-김승현 이후 국제무대에서 통할 가드의 대가 끊겼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추일승 감독은 "지금 농구 유소년 시스템은 승리지상주의만 가르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