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39·부산 KT)이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한국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센터' 서장훈에게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서장훈은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 나섰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기에 이날 열린 전주 KCC와의 경기가 고별 경기였다. 경기가 열린 사직체육관은 그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치렀던 곳이기도 하다.
프로에서 6개 팀을 거쳤던 서장훈은 "올 시즌에 딱 한 시즌을 뛴 KT에서 영구결번을 받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냥 조용히 은퇴하고 싶다"며 영구결번도 마다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경기가 마냥 조용할 순 없었다. 서장훈과 친분이 두터운 '월드 스타' 싸이가 이날 시투를 맡았고, 어느 때보다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불멸의 기록
서장훈은 연세대 입학 예정자 신분으로 뛰었던 1993-94 농구대잔치에서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하는 등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프로농구에서는 역대 정규리그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통산 1만3000득점 고지를 넘어섰고, 5000리바운드도 돌파했다. 득점 부문에서 2위 추승균(은퇴·1만19점)과 3000점 이상 차이가 난다. 리바운드에서도 2위 조니 맥도웰(3829개)과 차이가 크다. 앞으로 서장훈을 넘어설 선수가 프로농구에서 또 한 번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오랫동안 국가대표팀 센터로 활약하면서 '국보 센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신기성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서장훈을 "외국 선수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선수, 한국 농구의 자존심을 지킨 선수"로 평가했다. 선수 시절 매치업 상대로 뛰었던 전희철 SK 코치는 "우리 나라에서 다시는 나오기 어려운 레전드"라고 했다.
잊지 못할 기억
서장훈은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연세대 시절을 꼽는다. 그는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등과 함께 뛰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서장훈은 "모든 선수들이 함께 했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이라고 했다. 서장훈은 "선수 생활 중 유일하게 울었던 때다. 숙제를 못해 만날 혼나다 속 시원히 해결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반면 함께 뛰지 못해 아쉬웠던 선수도 있다. 그는 "현주엽(2009년 은퇴)과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했다"며 "가장 친한 동생인 김승현(35·삼성)과 프로에서 한 번도 같은 팀이 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했다.
서장훈은 아직 구체적인 향후 계획이 없다. 전창진 KT 감독은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농구장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