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피’를 둘러싸고 경주마 생산계가 들끓고 있다. 현역 경주마 수득상금 신기록을 경신하며 리딩사이어를 차지한 만큼 ‘메니피’ 독주체제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메니피’만 바라보게 되면서 한국경마의 특정 혈통 편중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과도한 우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혈통’스포츠인 경마에서 좋은 혈통에 대한 수요는 경마발전을 위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한국마사회에서 무상 교배를 실시하고 있어 씨수말 수급 조정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 마사회는 2011년 메니피의 교배횟수를 91두에서 2012년 76두로 제한하는 대신 샤프휴머, 원쿨캣 등 최근 3년간 새롭게 도입된 씨수말들의 교배횟수를 늘린 바 있다.
세계의 경마산업은 어느 나라가 가장 좋은 씨수말을 소유하는가로 집약된다. 북미대륙의 경우 ‘노던댄서’가 탄생하면서 유럽이 장악하고 있던 경마산업의 중심을 북미로 옮기는 현상을 보였다. 얼마전까지는 ‘미스터프로스펙터’가 뒤를 이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수 혈통의 씨를 뿌렸다. 이웃 일본에서는 ‘선데이사일런스’가 일본경마 세계화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산마 생산 20여년만에 ‘메니피’가 등장하여 휘젓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한국경마는 ‘메니피’로 시작하여 ‘메니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니피’는 검증된 성적을 바탕으로 경매시장에서도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RA제주목장에서 열린 1세 국산마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3두의 경주마가 모두 ‘메니피’의 자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3두의 몸값은 합계 5억 5000만원이 넘는다. 이외에도 지난 10월 1세 국산마 경매에선 최고가를 경신한 2억6000만원의 경주마도 역시 ‘메니피’의 피를 이어받았다.
2006년 37억2000만 원의 고가로 국내에 도입된 씨수말 ‘메니피’는, 2007년도부터 교배활동에 들어가 첫 자마들이 데뷔한 2009년 퍼스트크롭(first-crop) 리딩사이어에 올랐으며, 2011년에는 리딩사이어 2위에 오르고 드디어 지난해에는 1위에 등극하며 뛰어난 유전력을 과시해 국내 경주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메니피’는 지난해 1월12일 요로결석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2012년1월15일자 본지 단독보도) 이후 ‘메니피’는 예후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다. 제주목장 관계자들의 정성어린 보호와 미국에서 온 전문 의료진의 성공적인 수술 집도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메니피’의 기사회생은 제주 육성목장의 말에 대한 애정과 조직적이고 치밀한 사후 대응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그런데 문제는 메니피가 무상으로 교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상교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산농가들 사이에서도 찬성하는 농가와 반대하는 농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부 농가는 가족이나 친지를 동원해 목장을 여러 개로 분리해 메니피와의 교배권을 따내기 위해 편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편법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마산업은 전세계가 서러브레드(Throughbred)라는 단일혈통으로 형성된 글로벌산업이다. 세계 각국은 어느 나라가 더 훌륭한 씨수말을 보유하는가 경쟁한다. 전체 생산비에서 교배료는 약 30% 정도다. 그만큼 혈통을 중시한다. 과연 무상교배가 올바른 정책인지 점검해야할 때다. 전세계적으로 씨수말의 무상교배 정책은 한국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