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범(33)이 친형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29일 전야개봉)에서 강력한 액션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번에 맡은 역할은 북한에서 온 엘리트 장교 동명수. 베를린에서 활동중인 1급 비밀요원 하정우를 제거하기 위해 현지로 날아와 음모를 꾸미는 인물이다. 류승범은 이번 캐릭터를 맡아 북한 사투리 뿐 아니라 능숙한 영어실력까지 뽐냈다. 하정우와 함께 고난도 액션연기를 펼치며 시원스러운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한 것도 벌써 7편째.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친형과의 만남인만큼 류승범의 연기 역시 어떤 배우보다 빛났다.
-많이 야위어보인다.
"최근 사흘간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장염에 걸려 고생을 했다. 방금 사흘만에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절대 날 것은 먹지 말고 조심해야 된다."
-그런데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작품이 마음에 드는가보다.
"작품은 당연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웃으면서 살자'고 결심하기도 했다. 촬영후 홍보일정에 돌입했으니 '열심히 즐겁게 일하면서 상대도 기분좋게 해주자'라는 생각을 했다."
-북한 고위층 간부를 연기했는데 이 또한 류승범식 '양아치'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그런 말들을 하더라. 이 녀석은 검사 역을 시켜도 양아치로 만들고 북한 고위층을 연기하게 해도 양아치로 만든다고. 그게 욕이 아니란걸 아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만큼 내 색깔이 뚜렷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짐 캐리를 좋아하는데 적어도 짐 캐리는 배우 자체를 보기 위해 관객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수 있는 배우다. 나만의 색깔을 부각시켜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액션연기가 멋지더라.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 방면에 소질이 상당한 듯 하다.
"내가 액션이 좀 된다.(웃음) 이미 '아라한 장풍대작전'때 고난도 액션을 연기하고, '주먹이 운다'를 할 때도 10개월간 복싱을 했다. 그보다 평소 춤을 췄던 덕분에 액션연기의 호흡도 빨리 익히는 것 같다. 집에서도 혼자서 자주 춤을 춘다."
-북한 고위층 장교 역인데 스타일이 패셔너블하다는 평가가 있다.
"그거 참 문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거적대기를 걸치고 다녀도 패셔니스타란 말을 듣게 됐다. 솔직히 유독 패션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던 시기는 지나갔다. 쇼핑을 잘 하지도 않는다. 물론, 기본적으로 가진 옷이 많긴 하지만 예전처럼 신경을 쓰진 않는다. 활동할 때 입는 옷들도 거의 내 옷들이다. 현재의 스타일리스트와 일하는 이유도 내 옷을 입게 해줬기 때문이다."
-장난스런 질문인데, 성장기에 친형인 류승완 감독과 싸우면 누가 이겼나.
"에이, 형하고 나는 나이차이가 많아 다툴 일이 없었다. 그저 형은 내게 굉장히 크고 어려운 존재였다. 성장하고 난 뒤에야 말을 섞기 시작했다."
-'베를린'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쉴 틈 없이 긴장감을 주더라. 류승완 감독이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정우와 전지현은 어두운 연기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즐겁게 지냈다더라. 항상 몰입한채 지내는 류승범과 상반되는 스타일인 듯 하다.
"맞다. 내 경우에는 꾸준히 캐릭터의 톤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래서, 일부러 좀 떨어져있었다. 정우형과 전지현도 나 때문에 민망한지 옆으로 건너가서 떠들더라. 둘이 진짜 재미나게 놀더라.(웃음)"
-하정우와는 참 다른 성격 같다.
"정우형은 머릿속에 있는 계획이 잡히면 바로 실천으로 옮기더라. 재능도 많고 대인관계도 굉장히 원활하다. 반면에 나는 그만큼 활동적이지 못하다. 혼자서 조용히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예전엔 더 심했다. 지하 80층 깊숙한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생활반경이 좀 좁은 사람이었다."
-혼자 있을때는 주로 뭘하면서 보내나.
"음악 듣고 책을 읽는다. 거의 이 두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주로 해외로 가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한 지역에 가서 한달이든 6개월이든 머물다가 돌아오곤 한다. 그 곳에 가서 편하게 현지 친구들을 사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외국인들과는 빨리 친해지나보다.
"그렇다. 아무래도 그들은 류승범이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 나 역시 편하다. 지금도 외국에 있는 친구들 중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영화 속에서 영어실력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류승범은 영어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내 영어실력이 나쁘진 않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익히게 됐고 그 전에 따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원래 영국식 영어를 쓰기로 했는데 오히려 튈 것 같아 대중적으로 익숙한 미국식 발음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