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한 선수는 연봉이 안 올랐고, 부진한 선수는 안 깎였다. LG 구단의 연봉 재계약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시행 3년째를 맞은 '신연봉제'가 확고한 기준 없이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 구단은 2013년 선수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21일 일괄 발표했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결과가 있었다. 봉중근(33)과 이대형(30)의 연봉이 동결됐다. 전년도 성적이 최우선시되는 신연봉제가 제대로 지켜졌다면 봉중근은 크게 인상되고 이대형은 많이 삭감돼야 했지만 변동이 없었다.
◇이대형 홀로 사기 진작, 선수단 전체엔 독
이대형은 지난 시즌 부진했다. 2011년 0.249였던 타율이 0.178로 곤두박질쳤고 타점과 도루, 득점 등 공격 주요 부문 성적이 한 해 전보다 더 안 좋았다. 하지만 LG는 이대형에 지난해와 같은 8500만원을 안겼다.
신연봉제라면 삭감이 불가피했다. 불과 1년 전 신연봉제의 칼바람을 맞아 1억4000만원에서 5500만원이 깎인 금액에 재계약한 이대형이었다. LG 구단은 선수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올 시즌 이대형의 연봉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려'를 계약에 반영해 신연봉제의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고 만 셈이다.
한번 무너진 원칙은 부작용을 낳는다. 연봉이 깎이거나 기대만큼 오르지 않은 선수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LG의 한 선수는 "우리에겐 왜 정을 안 주는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형을 도와주려다 선수단 전체의 사기가 떨어지겠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 할 맛이 나겠는가"라는 팬들의 비판도 나온다.
◇선수마다 다른 기준? 봉중근은 동결
이대형이 부진하고도 동결된 반면 봉중근은 맹활약에도 연봉이 오르지 않아 신연봉제에 일관성이 없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18에 26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확실히 잠갔다. 27번의 세이브 기회 중 블론 세이브가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승리 공헌도가 높았다. 마무리 투수로 봉중근보다 다소 나은 성적을 올린 손승락(넥센·33세이브)과 김사율(롯데·34세이브)은 각각 연봉이 8000만원, 6000만원 올라 2억6000만원, 1억9000만원이 됐다. 그런데 봉중근의 올해 연봉은 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봉중근은 2011시즌 부상으로 4경기 출전에 그쳐 3억8000만원이던 연봉이 1억5000만원으로 크게 삭감된 아픔이 있다. "올해 재기해 성적을 냈는데 구단에서 한 푼도 안 올려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추측되는 부분은 있다. 봉중근은 지난해 6월22일 잠실 롯데전에서 소화전함을 내리쳐 손등 골절로 3주간 자리를 비웠다. LG는 그때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결국 10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당시 구단 내규에 따라 수백만 원의 벌금을 냈다. 게다가 신연봉제는 팀 승리 기여도를 기준으로 연봉을 산정하는 게 원칙이다. 한 야구팬은 "내려야할 선수는 많이 안 내리고, 올려야할 선수는 안 올려준다"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신연봉제를 꼬집었다. LG 구단은 두 선수의 연봉이 동결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눈에 띄게 잘하거나 못한 선수가 없었다"고 예년에 비해 인상률이나 삭감률이 낮았던 전체 협상 결과를 뭉뚱그려 말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신연봉제
LG가 신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2011시즌 연봉 협상부터다. 기업의 성과주의를 표방한 LG는 연봉 협상에서 기존 내부고과를 50%로 줄이고 승리 공헌도(윈셰어·WS)를 50% 반영했다. 승리 공헌도는 특정 선수가 팀이 거둔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객관화한 수치다. 연공서열을 파괴하면서 잘 한 선수는 확 올려주고 못 한 선수는 많이 깎는 게 핵심이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2010년 5억원을 받았던 투수 박명환은 2011시즌 4억5000만원이 깎여 5000만원에 계약하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반면 2011년 오지환처럼 240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연봉이 크게 오른 선수도 있었다. 첫 해부터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나치다"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신연봉제는 성적이 좋으면 두둑한 연봉을 안기고 못 하면 가차없이 깎는 원칙을 대체로 지켜왔다. 그게 또 매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예외가 생겨 '연봉은 성적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라는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나이가 어린 선수에 후하고 베테랑에 박하다', '불펜 투수의 공헌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프리 에이전트(FA)와 외국인 선수, 해외 복귀파인 이병규를 뺀 LG 선수 중 최고 연봉자는 봉중근과 최동수로 1억5000만원을 받는다. LG의 다른 선수는 "돈을 벌고 싶으면 FA가 되거나 다른 팀에 가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