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을 통해 판사 한 명을 소개 받았다. 뭐 내가 법조 관련한 것이라야 몇몇 지인들이 도박이나 약물 혐의로 법무부에서 주는 나랏밥을 먹는 것 말고는 관계가 별로 없는지라 판사 만날 일이 뭐 있었겠나. 암튼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는데 나와 71년 돼지띠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이 사람 얼굴이 너무도 깨끗하다.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여서 몰랐는데 화장실 가며 일어나니 몸매가 너무도 단정하다. 단정? 일단 배가 하나도 없다. 초면이지만 궁금해서 물었다. “운동 많이 하세요?” 그의 답변 “아뇨. 저는 그냥 소금 안 먹어요.”
엥? 이게 무슨 스님들 선문답이지 싶었다. 내가 의아해 하자 그는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자신은 소금을 집에서는 하나도 넣지 않는다. 처음에는 좀 별로다 싶지만 금방 음식 본연의 맛을 알게 되어 더 맛있게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금을 안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평소 밖에서 한 끼라도 먹게 되면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들에 나트륨이 충분히 들어 있어서 섭취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한 2주 넘게 식사 때마다 생각해 봤다. 일단 난 짜게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평소 나름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해 왔다. 근데 난 외식을 자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의 음식은 내가 염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냥 주는 대로 받아먹는 곳이란 것이다. 주문 받는 분에게 ‘찌개 하나는 소금 넣지 말라고 하세요’ 라고 부탁해봐야 바쁜 주방에서 나 하나를 위해 그리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에게 김치와 된장은 엄청난 자부심의 음식이다. 나 역시 김치·된장·젓갈 없이 밥을 못 먹을 정도다. 그러나 그것의 섭취의 양이 문제다.
WHO 세계보건기구의 1일 나트륨 권장량은 2000mg이다. 뭐 사실 이런 권고 나오면 '도대체 2000 밀리그램이 뭐야' 싶다. 개미 몇 마리 정도야 싶어 감이 안 온다. 일단 라면 하나면 2100mg으로 하루 땡이다. '뭐 저 따위 기구 필요 없어!! 내 갈 길을 갈거야!!' 한다면 낮에 짬뽕 한 그릇 하면 2일 또는 3일치 한 방 섭취 가능하시겠다.
그러면 라면 공장이나 짬뽕집 사장님들은 고객이 몸 버리길 바라는 마음에 짜게 만드느냐?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 음식에 맞는 간이 있다. 그러다보니 일단 많이 찾는 이의 그준 입맛 간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라면은 만드는 이가 스프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근데 이거 반만 넣고 라면 끓이면 맛이 나겠나? 암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소금 중독에 빠져 있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일단 고혈압으로 직행한다. 또한 체내의 나트륨 배출시 칼슘이 동반 가출하여 골다공증 위험이 늘어난다. 뭐 신장, 심장 질환이야 인터넷 검색하여 보시길.
요즘 식품의약품안정청(이름한번정안가게길다.브라질사람이냐)에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거 참 잘 한 캠페인이다. 이제 국무총리실 산하의 처로 격상된다는데 좀 더 힘을 받아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펼치길 기대한다.
우리 식문화에서 나트륨 섭취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김치·깍두기 작게 썰어 먹기, 국물 보단 건더기 먹기, 짠 국물에 밥 말아 먹지 않기, 샐러드에 드레싱을 뿌리지 말고 따로 갖고 와서 찍어 먹기 같은 좀 얌생이 같은 방법도 있다. 순대에 소금, 고추에 된장 등 찍어 먹는 애들의 양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그냥 먹는 것도 방법이다(아 그래도 순대 그냥은 못 먹겠다. 왕게임에서 진 것도 아니고).
사람에게 빛과 소금과 같은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라고들 이야기 한다. 그만큼 그 어디에도 비하지 못할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낮만 계속 되는 세상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그 소중한 소금 역시 과하면 독이 되어 몸을 상하게 한다.
난 앞으로 ‘저 짠돌이 같은 놈보다는 에이 싱거운 녀석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