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드라마'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종영을 맞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드라마 한 편이었다. 시청률은 제작진의 기대 이상을 찍었고, 출연한 배우들도 모두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7월 15일 방송에서 방송 42회 만에 시청률 40%(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벽을 허문 뒤로 줄곧 40%대를 넘나들며 최종회 45.3%의 경의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반이 주말 오후 8시면 '넝굴당'을 함께 즐겼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 '해를 품은달'의 인기(최고 시청률 42.2%)도 뛰어넘었다.
드라마의 인기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뒤를 받쳤기에 가능했다. 유준상(방귀남)이 어떻게 미아가 돼 입양까지 갔는지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재미에 '시월드'로 불린 고부 갈등이 센스있게 버무려졌다. 해피 바이러스 충만한 로맨스도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때로는 닭살 돋는 애정행각으로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밀당'으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 세 커플 유준상-김남주, 이희준-조윤희, 강민혁-오연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젊은 층도 브라운관 앞에 모이게 한 원동력이었다. '국민 드라마' 탄생의 성공 요인을 돌아봤다.
▶'시월드'를 말하다
'넝굴당'은 고부갈등이라는 닳고 닳은 이야기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상큼하고 통쾌하게 그렸다. 이야기는 뜻 하지 않게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로 맺어진 김남주(차윤희)와 윤여정(엄청애)의 갈등으로 시작됐지만, 결과는 무릎이 탁 쳐질 만큼 시원하게 해소됐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상호 칭찬하기'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기' 등 현실적인 고부갈등 해결책을 친절하게 제시했다. 드라마와 함께 '국민 남편'으로 등극한 유준상의 역할도 컸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준상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이상형이자 판타지 역할을 했다.
"결혼은 좋지만 시댁 식구는 싫다던 나는, 이제 그들과 함께 섞여 사는 일상이 자연스럽다. 또 하나를 배운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 살아봐야 아는 것. 내가 직접 겪기 전엔 장담하면 안 되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김남주의 마지막 독백이 드라마를 대변했다.
현대 여성의 임신과 직장 생활 문제도 수면 위로 끌어냈다. 김남주가 직장에서 임신 사실을 숨기고, 가족이 일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공감하는 여성이 많았다. 김남주가 결국 아이를 유산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밖에도 보이스 피싱·입양 문제·타진요 사건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청자의 호응을 받았다.
▶'유준상·이희준·오연서의 재발견' 놀라워
유준상-김남주, 이희준-조윤희, 강민혁-오연서 커플의 알콩 달콩 로맨스는 '인기 드라마'가 '국민 드라마'로 발전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주말 드라마에서 다소 취약한 시청 연령층인 20대를 공략하는데 세 커플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먼저 배우 유준상의 재발견이 놀라웠다. 연기파 배우였던 유준상은 여성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인기 배우로 우뚝 올라섰다. 아내인 김남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판타지 남편'이라는 말도 들었다. 인기의 여세를 몰아, '국민 남편'으로 떠오르며 각종 광고를 섭렵했고 예능 프로그램도 접수했다. 김남주도 당찬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하며 '꼭 맞는 옷을 입을 느낌'이라는 평을 들었다.
'천방 커플' 이희준-조윤희의 활약은 더욱 놀랍다. 이희준은 이 드라마 한 편으로 긴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스타덤에 올랐다. 조윤희도 데뷔 11년 만에 드라마는 물론 충무로가 주목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철없는 재벌 아들 이희준과 선머슴 조윤희의 순수한 사랑은 시청자들의 큰 응원을 받았고, 두 사람은 과자 광고에 동반 출연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강민혁과 오연서 커플도 시너지 효과가 대단했다. 강민혁은 바람둥이에서 오연서에게 '올 인'하는 순정남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오연서도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 말괄량이 방말숙 역할을 애교 넘치게 연기해 비난보다 사랑을 받았다. '겹사돈도 문제없다'는 20대의 당찬 사랑 방정식에 젊은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빠져들었다. 강민혁은 '넝굴당'을 통해 아이돌 출신 연기자 꼬리표를 뗐고, 오연서는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캐스팅되는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