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들이 2012년 마운드를 점령하고 있다. '대한민국 원투펀치' 류현진(25·한화)의 불운과 부상, 윤석민(26·KIA)의 부진을 틈타 투수 각 부문엔 외국인 투수들이 선두로 올랐다.
지난 10일 류현진은 견갑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윤석민은 롯데전에서 패했다. 반면 LG 주키치는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8승째를 거둬 다승과 평균자책점 선두를 지켰다.
톱10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올 시즌 최고 용병은 단연 주키치다. 제구가 원래 좋았는데 올해는 더 낮고 정확하게 던지고 있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국내 스트라이크존에도 적응하면서 좀처럼 무너지는 법이 없다. 12경기에 나서 8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2.34)로 1위다.
평균자책점 10걸 중 외국인이 6명이나 된다. 넥센 나이트는 고질병이었던 왼 무릎 통증이 나아지면서 2위(2.40)에 올라 있다. 롯데 유먼은 평균자책점 2.69로 4위, 넥센 밴헤켄이 2.95로 6위에 올랐다. 두산 니퍼트(3.03) SK 마리오(3.18)는 7·8위에 랭크됐다.
이들 6명 외국인 사이에 국내 선수로는 두산 이용찬(2.64·3위)과 류현진(2.76·5위)만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들었던 두산 김선우, 삼성 윤성환·차우찬은 10위 밖으로 밀렸다. 지난해 4위(3.13)였던 롯데 장원준은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2008년에는 SK 레이번(3.30), 2009년에는 KIA 로페즈(3.12)와 구톰슨(3.24)만이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들었다. 이들을 보유한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2010년부터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든 외국인이 3명→5명→6명으로 늘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리 야구 수준이 높아서 웬만한 외국인 투수를 뽑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잘 뽑으면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전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전반기 외국인 타자 가코 때문에 고민하다 후반기 저마노와 매티스가 맹활약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다.
성적은 '외국인순'…몸값은 폭등
모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는 고르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계약도 힘들다. 최근엔 선수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몸값 정보를 교환한다"면서 "게다가 각자 한국에서 받은 돈을 부풀려 말하는 성향이 있어 터무니 없이 요구액을 높게 말한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선(30만 달러)이 유명무실하다지만 '장외 높값'은 계속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팀 전력의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SK는 마리오의 호투와 어깨 부상으로 퇴출된 로페즈(3승)의 활약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LG에는 주키치뿐만 아니라 마무리에서 선발로 돌아온 리즈(1승5세이브)가 있다. 3위 롯데는 유먼이 4승, 사도스키가 3승을 거뒀다. 지난해 최하위에서 올해 4강권으로 올라온 넥센은 나이트와 밴헤켄이 10승을 합작했다.
반면 시즌 전 알렉스를 라미레즈로, 지난달 라미레즈를 소사로 교체한 KIA는 외국인 선수의 선발승이 4승(앤서니)에 그쳤다. 최하위 한화는 말할 것도 없다. 배스는 2경기 평균자책점 48.60을 기록한 뒤 떠났고, 마무리 바티스타는 연일 '불쇼'를 연출하고 있다. 팀 순위가 외국인 선수 성적과 비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몸값이 꺼질 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