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젤(스위스)의 박주호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장크트 야콥 파크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바젤은 후반 41분 터진 발렌틴 스토커(23)의 결승골을 앞세워 거함 바이에른 뮌헨을 1-0으로 격침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 포백(4-Back)에서 왼쪽 수비수로 나온 박주호의 플레이는 10살 위 A대표팀 선배 이영표를 연상케 했다.
박주호는 팀 조직력에 녹아든 안정적인 수비와 지능적인 공격 가담을 선보였다. 전성기 시절 이영표가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 토트넘(잉글랜드)에서 활약하던 모습이다. 박주호는 PSV시절 이영표의 동료였던 아르엔 로번(28)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그는 공을 뺏으러 덤비지 않고 간격유지를 잘했다.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박주호가 버티는 왼쪽 보다 오른쪽 측면에 집중된 이유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바젤은 수비쪽에 무게를 뒀다. 박주호도 공격 가담을 되도록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간혹 공격에 가담한 박주호는 날카로웠다. 전반 18분에는 공격수 마르코 슈트렐러(31)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빈 공간에 있던 알렉산더 프레이(33)에게 절묘한 패스를 넣어줬다. 프레이의 왼발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해 도움을 날렸지만 뮌헨의 간담을 서늘케 한 공격이었다.
'제2의 이영표' 박주호의 유럽 안착 뒤에는 이영표의 조언이 있다. 포지션이 같은 이영표와 박주호의 에이전트도 같다. 둘은 지쎈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이영표는 지난해 해외진출을 고민하던 후배 박주호에게 에이전트를 통해 두 가지 충고를 해줬다.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할 때는 ▶이동거리가 길지 않은 작은 나라의 리그와 ▶강팀과 약팀이 확연이 구분되는 리그의 강팀을 선택하라는 조언이었다. 류택형 지쎈 이사는 "이동거리가 짧아야 유럽에 적응하기 편하다. 또 공격력이 좋은 왼쪽 수비는 강팀에서 뛸 때 빛을 더 볼 수 있다. 둘 다 이영표의 경험에서 우러 나온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박주호는 이영표의 조언대로 바젤을 선택했고, 빠르게 유럽 적응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벤치에 앉은 그는 한 달 만에 주전을 꿰찼고, 올 시즌 정규리그 14경기와 UEFA챔피언스리그 7경기에 출전했다. 바젤은 2011-2012 스위스 슈퍼리그에서 11승 7무 2패(승점40점)로 2위 영 보이스(승점34점)를 따돌리고 선두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