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예능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성공한 포맷을 재가공해 내보임으로써 기존의 팬층을 잃지 않겠다는 '안전제일주의 전략'이다. 앞서 케이블TV에서 정착됐던 것이 지상파에도 전파돼 자연스레 시도되고 있는 상태다.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유행에 맞게 세련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는 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 하지만, 시즌1의 후광에만 의존하거나 '새 옷'이 '새 옷'답지 않아 오히려 진부함을 줄 때는 여지없이 외면을 받게 된다. 현재 방송중인 지상파 시즌제 예능프로그램의 성공 및 실패사례를 토대로 기획중인 시즌제 예능의 앞날을 내다봤다.
▶좋은 예-'해피투게더3' '불후의 명곡2'
'해피투게더'는 성공한 지상파 시즌제 예능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2001년 11월 첫방송을 시작했으며 현재 시즌3를 내보내고 있다. 시즌1에서 신동엽과 이효리를 MC로 내세우고 쟁반노래방 등의 코너를 특화시키며 큰 인기를 끌다가 시즌2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편안한 느낌의 토크 방식과 참신한 게임 등 '해피투게더'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 원래의 인기를 되찾았다. '반갑다 친구야' '사우나 토크' 등이 '해피투게더'의 부활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코너. 현재 유재석을 필두로 한 박명수·박미선 등 MC군단의 호흡도 최상이다. 여기에 정범균·최효종 등 G4라 불리는 보조MC진도 깨알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봄이 오면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시즌4 체제로 돌입할 예정이다.
'해피투게더3'의 김광수PD는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친근하게 소통을 시도한게 '해피투게더'의 장수비법"이라면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2'도 잘된 예다. 가수를 초대해 히트곡들을 들으며 추억을 되새기는 형식의 시즌1을 접고 아이돌을 대거 출연시켜 명곡 리메이크 경합을 펼치는 쪽으로 방향을 대폭수정했다. 방송 초반에는 MBC '나는 가수다'와 다를게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별점을 찾고 무대의 퀄리티를 높여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기존 포맷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방송 초기 쏟아진 혹평에도 굴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알려나간 뚝심 역시 '불후의 명곡2'를 제 궤도에 올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나쁜 예-'위대한 탄생2' '청춘불패2'
전작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차기 시즌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게 쉽지는 않다. 특히 전작의 성공사례만 참고해 안일한 태도로 접근했을때는 아쉬운 결과를 피해갈 수 없다.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청률은 1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화제성이 떨어져 있으나마나한 프로그램이 됐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고 전작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시작한게 패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생방송 경합을 앞두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그러나 최종 본선 진출자들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데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3일 첫 생방송까지 취소되는 악재가 겹쳤다.
MBC '우리들의 일밤-룰루랄라'도 '바람에 실려'의 포맷을 가져온 시즌2 개념의 프로그램. 전작의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고 출연진만 바꿔 출발했다가 실패했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2%대까지 추락해 '유령프로그램'이란 말을 듣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방송된 KBS 2TV '청춘불패2'도 난항에 빠졌다. 전작보다 못하다는 혹평 속에 5%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세련된 걸그룹 멤버들에게 몸빼바지를 입혀 농사일을 시키며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던 전작의 장점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출연진들 역시 본인들의 개성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몸을 사리고 있다. 시즌1에 비해 촬영공간 자체가 단조로워 다양한 재미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박2일' '나가수' 시즌2 성공할까?
방송을 앞둔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다. 일요일 저녁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며 '국민예능'이라 불렸던만큼 새로운 시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수근·김종민·엄태웅 등 기존멤버들이 잔류한 가운데 성시경·김승우 등 새 멤버를 투입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상태. 하지만, 제작진은 출연진과 포맷 등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시즌2의 방송을 두고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 자칫 잘못하다가는 '국민예능'이란 수식어에 먹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앞서 SBS가 주말간판예능 '패밀리가 떴다' 시즌2를 성급하게 내보냈다가 혹평만 듣고 조기종영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1박2일' 제작진의 입장은 더욱 신중해진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역시 시즌2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나가수'의 오리지널 기획자인 김영희PD가 다시 연출을 맡는다고 알려져 기대감이 더 커진 상태다. 방송 초반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가 최근 긴장감 떨어지는 구성과 가수 섭외 문제 등 여러 장애물을 만나 주춤한 상황이라 향후 변화에 대한 사소한 소문 하나까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1박2일'이나 '나가수'는 각각 '레전드급 기록'을 남긴 프로그램이다. 전작의 장점을 잘 살려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대중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새로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무리수를 두기보다 대중들이 차츰 적응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두면서 차츰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