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던 예능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년간 굳건하게 이어져온 강호동과 유재석의 양강체제가 무너지면서 이수근과 김병만 등 신진세력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승기 역시 잠정 은퇴 선언을 한 강호동의 뒤를 이어 '차세대 예능계 1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주로 보조 MC로 웃음을 주던 정형돈과 붐도 메인 진행자로 나서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유재석과 이경규 등 잠시 주춤한 명장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도 있고 강호동이 예상보다 빨리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2년 '예능킹'은 과연 누가 될까?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1위 이수근(35%)
35%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강호동의 복귀가 늦어진다는 가정하에 그 공백을 메울만한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혔다. '개그콘서트' 등 공개 코미디쇼에서 익힌 연기력과 각종 개인기에 '1박2일' 등 리얼 버라이어티를 통해 연마한 순발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2011년 한 해 동안 맡았던 프로그램의 수도 엄청나다. KBS 2TV '1박2일'을 비롯해 '승승장구' '명 받았습니다' '청춘불패 시즌2', JTBC '상류사회',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 이르기까지 정규 및 파일럿 프로그램을 합쳐 10편이 넘는다. 제각각 다른 컨셉트의 프로그램에서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 때로는 메인 MC로 진행을 맡아 '전천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MBC 김유곤 PD는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근성과 집중력, 또 친화력과 체력을 골고루 가진 사람이 이수근인 것 같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KBS 권재영 PD도 "수년간 쌓아온 친근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최근 시청 트렌드에도 가장 적합한 예능인"이라고 칭찬했다. 박효규 KBS 예능국 부장 역시 "예능킹을 꼽자면 단연 유재석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더 이상 프로그램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반면에 이수근은 다수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맡으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실험해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 한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이는 단연 이수근"이라고 말했다.
▶2위 유재석(30%)
명불허전이다.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끄떡없다는 분석.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면서 흐름을 주도하는 탁월한 진행력을 가지고 있다. 순발력이 좋고 집중력까지 탁월해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MBC '무한도전'으로 변치않은 인기를 확인했고, 한동안 저조한 성적을 보여 '유재석의 굴욕'이라고 불렸던 SBS '런닝맨'을 인기 프로그램 대열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제영재 MBC PD는 "경쟁자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능력이나 인지도를 따졌을 때 쉽게 유재석을 넘어설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예능계는 유재석의 '1인 천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BS 김충 PD와 권재영 PD도 "빠른 시간에 강호동급 MC가 나와 유재석과 경쟁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호동이 갑자기 예능계를 떠나면서 전반적으로 술렁임이 일었지만 상황이 조금 안정되고 나면 한동안 유재석 중심으로 예능계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3위 이승기(20%)
'1박2일'과 SBS '강심장' 등 각 방송사 간판급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과 함께 하며 익힌 공력으로 현재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강심장'에서는 단독 MC로 나서 매회 20여명에 달하는 게스트를 이끌고 안방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어진 대본 외에도 순간순간 빛나는 재치로 웃음을 준다. 재미있는 소재가 발견되면 '터질 때까지' 따라가는 집요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 연령대가 좋아할만큼 호감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승기는 말 그대로 '예능계 프린스'다.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 성장 가능성도 많다.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을 꾸준히 할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연기나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예능활동에 소홀하지 않는다면 '예능킹'에 등극할만한 가능성이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4위 김병만(10%)
2011년 한해 동안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달인'을 통해 슬랩스틱의 1인자로 떠오른데 이어 리얼 버라이어티로 활동폭을 넓혔다. 현재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까불거리면서 억지 웃음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정성있는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JTBC '상류사회' '개구쟁이' 등의 프로그램에서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순위가 낮은 이유는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감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이유 때문. MBC 민철기 PD는 "김병만은 훌륭한 코미디언이다.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외에 아이디어도 풍성하다. 하지만, 예능 MC로서는 아직 미흡해보인다. 지금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도 순간순간 게스트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곤 하는데 이런 부분만 극복한다면 나무랄 데가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JTBC 김시규 예능국장은 "이미지가 워낙 좋아 다양한 도전을 해보는 데에도 유리하다. 예능 MC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제 시작단계인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노력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으니 믿어봐도 좋을 것"이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5위 정형돈(5%)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고 '대세'로 떠올랐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2012년에도 '한 건'을 해내고 말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발을 들여놓은 초반부터 한동안 '무존재의 굴욕'을 맛봤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고 난 뒤부터는 무서운 속도로 떠올랐다. 너무 튀지않고 게스트와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 외에도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JTBC '닥터의 승부', XTM '옴므3' 등 다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MBC 김준현 PD는 "정형돈이 콩트 개그를 오래 해왔던 사람이라 처음에는 예능 프로그램 적응을 못해 애먹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준비정신이 투철하고 감각도 좋은 편이라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