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또다시 일어난다. 자신의 몸을 바쳐 헌신한 국가대표팀에서는 큰 상처만 받았다. 그래도 이동국(32 전북)은 여전히 "국가대표팀이 욕심난다"고 말했다.
이동국만큼 월드컵에서 불운한 스타도 드물다. 시작은 좋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슈팅으로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긴 시간을 기다려 출전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 출전했지만 경기 막판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해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트라우마가 생길 만도 했지만 이동국은 태연하다 싶을 정도로 시련을 잘 이겨냈다. 그리고 올해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도움상을 받으면 K-리그 최초로 개인상 전관왕을 달성한다.
"나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도움상은 큰 욕심이 없다. 패스를 해주는 선수들이 골을 잘 넣어주니 수치상으로 두드러진 것 같다. 팀이 잘 나가고 있다는 증거라 기분이 좋다."
-도움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스트라이커 자리는 항상 수비수들의 집중 방어를 당하는 자리다. 올해는 상대팀 수비수들이 더 타이트하게 막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집중이 된다. (미드필드까지 활동반경이 넓어졌다고 묻자) 내가 최전방 자리를 비우고 볼을 받으러 나올 때 다른 선수들이 그 공간에 들어가면서 1대1 찬스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내가 어시스트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팀 분위기가 좋아지니 내 골도 덩달아 많아지는 것 같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은 것도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표팀에 갔다왔다고 해서 경기력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클럽팀 선수들과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 (득점상을 차지했던) 2009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시즌 전에 새로운 선수들과 맞춰볼 시간이 많았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많다. 아직도 대표팀 합류가 욕심나는가.
"선수로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경기력이 유지된다면 욕심은 난다. 현재 대표팀 전술상 지금은 내가 설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급할 게 없다. 스스로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다.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교롭게도 대표팀 발탁 논의가 있었던 시기에 K-리그에서 골 퍼레이드가 침묵했다. 대표팀 논의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는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골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대표팀에 뽑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몸이 좋다고 대표팀에 뽑히는 것은 아니다. 전술상 맞을 때 기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존에 뛰던 선수들이 잠깐 좋지 않다고 안 뽑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북과의 재계약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에이전트가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의견차가 있기 때문에 조율하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영입 제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요구조건이 어느 정도 수용이 된다면 전북에 남고 싶은 생각이다."
이동국은 현재 2~3개 중동 클럽에서도 영입을 제의한 상태다. 중동에 진출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연봉은 최소 100만 달러(약 10억원)를 넘는다.
-최근 소속팀 최강희 감독이 100승을 달성했다. 최강희 감독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다시 한번 축구선수로서 능력을 찾게 해주신 은인이다. 한 팀에서 100승을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정말 축하드린다. 선수들도 감독님을 믿고 잘 따르고 있다. 감독님을 잘 따라 올해 전북에서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이루고 싶은 생각 뿐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세레소 오사카와의 8강 1차전에서 두 골을 넣었음에도 팀이 3-4로 패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축구를 하면서 세트피스에서 3골을 허용하고 지기는 처음인 것 같다. 상대를 너무 얕본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했는데도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졌다. 2차전에서는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
사진 = 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