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건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
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의 말이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것이 그녀의 얘기. 말 그대로 성공한 드라마에는 항상 여심을 뒤흔드는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이 있었다. 그들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들을 바탕으로 '남자 주인공의 5색 매력'을 분석해봤다.
★매력 1. 나쁜 남자가 대세헌신적인 남자는 매력이 없다.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을 봐도 요즘은 나쁜 남자가 대세. 특히 드라마 속에서는 나쁜 남자가 '더 많은 이야깃거리'와 '무한매력'을 제공한다.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강지환은 밀고 당기기의 달인이다. 그는 자신을 밤새 간호해 준 윤은혜(아정)의 걱정스러운 문자를 씹는다. 심지어 "우리가 무슨 상관 있는 사이냐"고 다그치기까지 해 나쁜 남자의 정석을 보여준다.
지난달 종영한 SBS '49일'에서 악역을 훌륭하게 연기한 배수빈은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지자 숨겨둔 연인 서지혜에게 "우리가 한 건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며 매몰차게 밀어낸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차승원도 철없는 나쁜 남자 연기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는 공효진에게 "도대체 내가 널 왜 좋아하는 걸까"라며 달콤한 고백을 하다가도 "싼티나는 껍데기에 빈티나는 배경을 가진 널"이라며 '반전독설'을 퍼붓는다.
★매력 2. 타고난 패션 센스옷이 날개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도 예외는 아니다. 센스 있는 패션 스타일은 여자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SBS '시크릿가든'의 현빈은 트레이닝복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눈부신 스팽글 집업을 시작으로 꽃모양 자수, 호피 무늬 등의 화려한 트레이닝복 스타일을 선보여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장혁은 '마이더스'에 출연해 '수트 종결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수트에 감각 있는 넥타이를 선택해 멋스러운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MBC '내마음이 들리니'의 김재원은 파스텔톤의 니트와 카디건을 주로 착용하며 감성적인 스타일을 자랑했다.
가끔은 프린트 셔츠를 받쳐 입어 밋밋함을 없앴다. 거칠 것 없는 국민 배우 '독고진'으로 열연 중인 차승원은 뾰족뾰족한 징이 박힌 가죽재킷에 빈티지진을 매치하거나 청조끼에 청바지를 입는 이른바 '청청패션' 등 과감한 스타일도 훌륭하게 소화했다. 수트도 남달랐다. 하늘색 수트에 형광 노란색 티셔츠로 포인트를 준 패션은 ‘수트계의 새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매력 3. 의지하고 싶은 '능력남'남자는 뭐니뭐니해도 '능력'이다. 여자의 외모만큼 중요한 것이 남자의 능력. 평범한 여주인공과 재벌2세 또는 능력남의 로맨스는 로맨틱 드라마의 기본 법칙이다. MBC '최고의 사랑' 차승원은 모든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국민 배우로 등장한다.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는 모델로 CF까지 주름잡는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MBC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석훈 역시 알아주는 능력자다. 출판사 편집장이며 사채업자 어머니로부터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게 될 상속자로 등장한다. 강지환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호텔 대표 이사로 나온다.
'재벌2세'라는 국내 드라마 '표준 왕자님'인 셈. 집안·머리·인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킹카의 대표주자다. 지성이 MBC '로열패밀리'에서 맡은 역할은 서울지검 검사. 사법·행정·외무고시를 모두 통과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국가적 인재다.
★매력 4. 마음 속 깊은 상처외유내강? 아니 이젠 외강내유다. 늘 강하게만 보이던 남자의 눈물, 슬픈 속사정은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다. 쓰나미같은 '시가'붐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 현빈의 약점은 엘레베이터 공포증. 어릴 적 겪었던 사고로 그는 엘레베이터 트라우마가 생겨 에스컬레이터로만 다녔다. '최고의 사랑' 차승원은 '인공 심장'으로 연명하는 인물이다.
그는 젊어서 심장 수술을 받으며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어 더 완벽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 출연 중인 남궁민의 숨기고 싶은 비밀은 바로 '바보 아빠'다. 그는 바보 아빠와 청각 장애인인 새엄마라는 마음의 짐을 짊어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재벌 2세에게도 약점은 있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강지환은 사춘기 때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매력 5. 내 여자만 챙긴다나쁜 남자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는 바로 '내여자'에게만 따뜻한 모습. 열 번 못해주다가 한 번 잘해주면 오히려 감동이 열 배가 된다. '최고의 사랑' 차승원은 공효진을 구박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면 돌변한다. 억울하게 전 매니저에게 맞고 있는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상처부위를 마사지하라며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는 '무심한 듯 세심한 배려'가 여심을 흔들었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강지환도 마찬가지다. 윤은혜와 거짓 부부 연기를 하던 중 분위기에 취해 키스를 한 후 "연극이었다"며 차갑게 돌아섰다. 하지만 두 번째 키스를 할 때는 윤은혜가 "연기냐?진짜냐?"라고 묻자 "진짜"라고 답하며 달콤한 '콜라 키스'를 해 로맨틱남의 진수를 보여줬다. '시크릿가든'의 현빈은 작품 초반 하지원에게 "인어공주가 돼달라"라며 비수를 꽂았다.
연애만 하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져 달라는 의미. 하지만 깊은 사랑에 빠지며 조금씩 변하더니 결국에는 "내가 인어공주 하겠다. 내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겠다"며 헌신적인 사랑을 고백해 여심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