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승부를 갈랐다.
바르셀로나의 이브라힘 아펠라이(25)는 후반 26분 교체 투입 후 활발한 움직임으로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을 헤집고 다녔다. 투입 5분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마르셀로를 따돌리고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 크로스는 메시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후에도 아펠라이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대 이상의 움직임으로 레알 마드리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전 공격수 페드로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인한 교체였지만 승부의 추를 바르셀로나 쪽으로 이끈 선수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3회 출장에 그친 아펠라이였다. 이날 경기종료 직전 다비드 비야를 교체한 것을 제외하곤 아펠라이 투입이 전술변화의 전부였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교체카드는 승운을 가져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타공인 최고의 지략가로 손꼽히는 모리뇨 감독은 이날 쓴맛을 봤다. 전반을 수비적인 전술로 나간 모리뇨는 전반종료 후 아데바요르를 투입하며 공격에서 활로를 풀어내려했다. 이날 단 한차례 쓴 교체카드 였지만 아데바요르는 불필요한 파울을 난무해 마드리드 공격진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다. 페페의 퇴장으로 선수 가용 폭이 좁았던 한계도 있다. 이 경기에서 패한 뒤 모리뇨 감독은 "나의 감독 경력은 끝났다"고 성토했다.
27일 열린 기자회견 도중 욕설이 나오는 등 극한의 설전을 주고받은 두 명장의 교체카드는 이날 경기 결과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경기결과뿐만 아니라 자존심싸움에서 밀린 모리뇨가 2차전 대반전을 일궈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2차전에서 다수의 주전선수들이 결장할 것으로 보이는 레알 마드리드 사정상 모리뇨의 고민은 깊어 질 것으로 보인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