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오는 5월 26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영화와 TV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긴 작품·연기자·제작자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간다. 올해도 변함없이 각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번 최우수 연기상 후보를 점검한데 이어 이번엔 영화부문 작품상 후보작을 살펴본다.
최종 5편으로 압축된 후보작은 '부당거래' '시' '아저씨' '이끼' '황해'(가나다 순)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영예의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까? 상세한 후보자(작) 선정내용은 일간스포츠 백상 홈페이지http://isplus.joinsmsn.com/award/bs/2011/vote/v_sub1.html)를 참조하면 된다. 인기투표도 인기리에 진행 중이다.
▶3개 작품상 '시' VS 2개 감독상 '이끼'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시'와 강우석 감독의 '이끼'다. 경력으로 보나 완성도로 보나 최고라고 손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다. 작년 각종 영화상에서 수상한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는 작년에 대종상·대한민국 영화대상·영평상 등 주요 3개 영화상의 작품상을 휩쓸었다. 시상식 엔딩에서 하이라이트 조명 아래 서있는 사람은 늘 이창동 감독이었다. '시'는 작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도 받아 이미 국제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창동 감독의 노련한 연출력과 노배우 윤정희의 연기가 좋은 앙상블을 이뤘다.
'이끼'는 감독상 단골 작품이었다. 지난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등 2개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강우석 감독이 다시는 만화원작의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할만큼 고생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빨리찍기'로 유명한 강감독도 '이끼'를 완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박해일과 정재영의 '캐릭터 빙의' 연기도 화제였다.
▶주연상 싹쓸이한 원빈의 '아저씨''아저씨'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다. 622만명의 관객이 들어 '넘버원'이었다.
주인공 원빈은 이 작품으로 데뷔 이후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대종상을 시작으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이후에도 각종 영화상의 주연상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작품상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연출한 이정범 감독도 매번 아쉽게 감독상을 놓쳤다.
이번엔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우주연상 수상 등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누아르적 완성도에 팬과 심사위원들이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주연상 '대박'의 기운을 작품상으로까지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크호스 '부당거래'와 '황해''부당거래'와 '황해'도 사실 다크호스로 분류하기 어려울 만큼 웰메이드 작품이다.
종전에는 다루기 거북했던 소재에 초점을 맞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당거래'는 검사와 경찰, 범죄자간의 부패한 연결고리를 파헤쳤다. 매우 위험하고 파격적인 소재지만 류승완 감독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가 더해져 거부감을 많이 줄였다. 그동안 액션영화에 장점을 보였던 류 감독이 드라마를 촘촘하게 엮어낸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황해'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수년간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다. 직접 중국 연변 지역을 답사하며 몸으로 겪은 과정을 시나리오에 반영해 땀냄새가 물씬 풍긴다. 비록 흥행은 기대에 못미쳤으나 '추격자'보다 스케일을 넓힌 화면에서 변화의 의지가 엿보였다. 특히 올 5월에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세계적인 관심도 끌게 됐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