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4연패를 달성한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공격은 가빈이 핵심이다. 그러나 팀 전체를 이끄는 선수는 리베로 여오현(33)과 센터 고희진(31)이다. 또다시 차지한 우승컵. 경기 내내 고함을 지른 두 선수는 인터뷰실로 들어서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여오현의 목은 이미 쉬어 있었다.
두 선수는 팀의 살림꾼이다. 지난해까지 팀의 리더였던 최태웅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하고 석진욱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젊은 선수들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고희진은 "오현이 형은 아빠고, 나는 엄마다. 잔소리를 많이 했다. 내가 1라운드 초반 부진했을 때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면 오현이 형이 '너무 욕심내지마라'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밀고 당기기가 잘 된 것 같다"고 웃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지만 기량도 베테랑다웠다. 고희진은 고비 때마다 블로킹을 잡아낸 뒤 세리머니를 펼쳐 선수들의 사기를 올렸다. 챔피언 결정전 4경기에서 세트당 블로킹도 1.1개로 가장 많았다. 여오현은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53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가빈의 강타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고희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열세라는 평가에 "솔직히 웃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LI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 1세트가 승부의 길목이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LIG 페피치가 너무 좋았는데 이 경기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고희진은 "대한항공은 안 무서웠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이길 거라고 한 인터뷰를 보고 웃었다. 결승에 오면 대한항공 선수들이 흔들릴 줄 알았다. 우리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기는 건데'라고 생각했지만 우스운 놈 될 수 있으니까. 아닌데 하지만 우승하고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웃었다. 그는 "대한항공은 내년이 되면 좀 바뀔 지 모르겠다.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다"며 큰 경기 경험이 승리의 비결이었다고 고백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